최종편집 : 2024-05-10 17:09 (금)
3.1운동 102주년 맞았지만 친일 잔재 청산 ‘갈길 멀어’
상태바
3.1운동 102주년 맞았지만 친일 잔재 청산 ‘갈길 멀어’
  • 정석현 기자
  • 승인 2021.02.25 17: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북지역 출신 친일파 118명·친일잔재 143건 등 지역 곳곳에 친일요소 공존
-민선 자치단체장의 철학과 청산 의지가 관건... 친일요소-지역경제 연관 발상 위험

올해로 3.1운동 102주년을 맞았지만 정작 친일 잔재 청산은 요원한 실정이다.

제대로 된 청산이 이뤄지지 못한 탓에 전북지역 곳곳에서도 친일 잔재가 다양한 형태로 공존하고 있다.

전북 친일잔재 전수조사 및 처리방안 연구용역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전북 출신 친일파는 총 118명, 친일잔재는 143건으로 확인됐다.

대표적인 친일 잔재는 미당시문학관, 수당 김연수 송덕비, 채만식 소설비를 비롯해 군산내항철도, 구마모토 공덕비, 향가터널, 사이토 총독 탁본, 김해강 시비, 취향정, 황토현 전봉준 장군 동상, 풍혈냉천, 만인의총 박정희 현판 등이다.

특히 친일파·친일잔재에 대한 미화 또는 왜곡, 축소 사례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창군 공식 블로그 중 ‘블로그 기자가 간다 비행사를 꿈꾼 청년 신용욱’ 게시글은 “신용욱의 친일협력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식민지의 젊은 청년이 감히 비행사를 꿈꾸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조선비행학교와 항공사업자를 설립하고 운영한 것도 당초부터 친일이 아닌 신용욱이 소망했던 근대적 열망의 구체적인 자신의 꿈의 실현이었다”라고 인용, 친일행적을 적극적으로 미화한 사례로 조사됐다.

또한 군산시 공식 블로그에서도 친일행적에 대한 축소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게시글 ‘근대문학작가 채만식문학관에서 만난 채만식’에서는 채만식의 친일행위에 대해 “친일의 행적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죠”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용에서 “친일의 길로 들어선 배경을 살펴본다면 어떨까요. 모진 고문을 당한 후 친일작가로 살다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만일 고문을 당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됐습니다”라며 친일행위를 축소하고 있다.

전북도는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후속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기존 인물이나 유형자산을 대상으로 한 청산작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친일행적과 관련된 유족들은 물론 시설 관계자들과 시·군간의 이해관계 해결도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있다.

김재호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장은 “그간 친일 잔재 청산을 위한 활동을 해오면서 민선 지자체장의 의식과 철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느꼈다”면서 “특히 친일적 요소를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계시키는 것은 정말 위험한 발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일시적으로 사라졌던 친일 잔재가 또 다시 고개를 드는 등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지부장은 또 “시간이 흘러 친일파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는 힘들다. 다만 역사적 도덕적 책임은 확실히 물어야 한다”며 “그간의 친일 잔재 청산의 방식이 인물이나 유형자산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제도·문화·가치관 중심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석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기미잡티레이저 대신 집에서 장희빈미안법으로 얼굴 잡티제거?
  • 화려한 축제의 이면... 실종된 시민의식
  • 군산 나포중 총동창회 화합 한마당 체육대회 성황
  • 대한행정사회, 유사직역 통폐합주장에 반박 성명 발표
  • 만원의 행복! 전북투어버스 타고 누려요
  • 삼대가 함께 떠나고 싶다면, 푸꾸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