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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대하는 자세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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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대하는 자세에 관하여
  • 전민일보
  • 승인 2020.02.27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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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중세를 붕괴시킨 요인은 다양하다. 그 중 하나로 언급되는 것이 흑사병이다. 당시 유럽 인구의 1/3이 흑사병에 의해 희생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흑사병의 발상지가 송(宋)나라였다는 것이다. 풍토병이었던 이 가공할만한 병균은 몽골군의 말발굽에 묻어 유럽에 상륙한다. 몽골군은 흑사병으로 죽은 시체를 공성무기로 사용했다. 전염병의 세계화는 그렇게 시작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유럽을 초토화시킨 그 병균이 송과 몽골군에겐 왜 그리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일까. 가장 유력한 설명은 양 지역 사이의 위생과 의료 수준의 차이였다.

흑사병이 오늘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전염병은 단순한 질병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기엔 그 사회가 처한 현실과 문제가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흑사병의 유행과 수많은 죽음 그리고 그로인한 사회의 격변이 결국 중세의 종말을 가져온 것이 그렇다.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은 어떠한가.

구제역, 조류독감의 유행이 그러하듯 코로나 19의 공포도 세계화의 산물이다. 더 이상 몽골군의 수고와 같은 것이 필요치 않게 된 것이다.

위생과 의료 수준은 높아졌지만 방역이라는 안전망 구축은 더욱 더 어려워져간다. 사회 구성원의 인권과 자발적 의사 결정권에 더해 촘촘하게 얽힌 국제적 이해관계가 그물망의 코를 무력화시킨다.

중국인 입국금지에 대한 반대나 종교 자유침해논란은 한국 사회가 가진 건강성을 의미하는 동시에 거기에서 발생하는 결과에 대한 책임이라는 딜레마에서 자유롭지 않다.

‘중국의 아픔이 한국의 아픔’이라는 지도자의 말을 해석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 고귀한 말이 성직자의 그것처럼 와 닿지 않는 것을 확인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이제 그들이 적반하장의 언사로 모욕하고 있다. 그들에게 한국의 아픔이 와 닿은 징표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여전히 ‘중국몽’은 진행형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중국이라는 대상을 향해 보여주는 배려와 인내는 놀라울 정도다. 그토록 자주와 민주 그리고 인권을 부르짖던 이들에게서 나온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 19 발생과 관련해 보여준 모습은 그 체제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거짓과 기만 그리고 강고한 패권의식 말고 또 무엇이 있는가.

집 밖에 나오는 것, 누군가를 만나는 것, 누구와 악수를 하고 말을 나눈 다는 것이 공포이자 결례인 지금 우리는 또 다른 질병과 싸워야한다.

서로에 대한 불신과 혐오 그리고 막연한 공포까지. 이런 상황을 초래한 최초 원인은 코로나 19일지 모르지만 이것을 확대 재생산한 것은 또다른 영역에 있다.

비겁함과 무책임, 모두가 선한 사마리아인의 고귀한 담론만을 얘기한다. 적어도 그것은 정책을 담당한 책임자의 자세는 아니다. 공허한 도덕적 담론이 가져오는 현실을 마주할 때 거기에서 찾게 되는 희생양의 전형적 행태가 바로 불신과 혐오 표출이다.

파르테논 신전을 건축하고 고대 그리스 민주정의 최고봉을 만든 페리클레스의 모습은 현대 민주정의 그 어떤 지도자와 견줘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토록 이성적이고 냉철하며 사리사욕과 무관하게 공직을 수행했던 인물의 최후는 다소 의아하다.

흔히 역병이라고 얘기되는 전염병의 그림자가 그를 덮쳐왔을 때 그의 이성은 자취를 감추고 만다. 그에겐 기적과 그것을 가져다 줄 징표가 필요했다.

하지만 페리클레스는 물론 그의 전처와 누이 그리고 두 아들까지 모두 전염병의 희생자가 되고 만다.

그와 함께 고대 그리스 민주정의 절정도 종말을 고한다.

전염병의 확산은 그 사회의 모습을 대변한다. 고대 그리스의 몰락이 페리클레스의 죽음부터라고 하지만 본질은 전염병에 대처하는 페리클레스의 모습에 이미 담겨있다.

코로나 19의 확산과 거기에 대처하는 우리의 모습은 훗날 현 시대를 정의하는 하나의 지표가 될 것이다. 혐오와 불신 그리고 막연한 공포를 이겨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코로나 19에게 승리할 수 없다. 승리하기 위해서는 정책담당자의 용기와 바른 실천이 필요하다. 거기에 사회구성원 모두의 협조가 필요한 것은 사족일 것이다.

장상록 칼럼니스트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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