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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사람들(22) 서양화가 김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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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사람들(22) 서양화가 김홍선
  • 이종근
  • 승인 2008.02.12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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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은 호수 물에는, 누가 풀어 놓았는지 제법 큰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 앞산도 첩첩하고, 뒷산도 첩첩한 산중에서 푸른 하늘의 뭉게구름이 내려앉은 맑은 호수는 독특한 풍광을 빚어낸다.
 더 멀리는 아른거리는 것은 덕유산의 모습.
 산자락이 내다보이는 사방의 풍광은 가슴이 툭 트이는 것처럼 장쾌하다. 같은 높이로 함께 서서 같은 눈으로, 같은 풍경을 바라본다는 것. 그래서 같은 아름다움을 공유하게 된다.
 지는 석양의 반사 빛의 표현뿐만이 아니라 그 반사선(反射線)에서 잔여(殘餘)된 햇빛의 따 거움을 그림으로 고스란히 옮겨보는 즐거움.
 하늘 문이 열리기만을 학수고대하다가 홀로 일몰 포인트로 이동하여 한참을 기다렸는데, 갑자기 눈앞에서 환해지더니 가려졌던 베일이 열리면서 숨이 막힐 정도의 풍경이 나오는 것 아닌가. ‘향적봉’이란 이름 그 누가 지었는가.
 하얀 캔버스위에서 또 다른 세상을 꿈꾸면서 자연과의 멀미를 마다하지 않는 서양화가 김홍선씨.
 “멋진 당신의 모습을 그려서 내 가슴속 깊이 묻어 두고 싶다”는 작가가 자연을 표현하는 방식은 점묘(點描) 기법. ‘점묘법(Stippling)’은 멀리서 보면 하나의 색으로 섞어 보이는 여러 가지 점으로 색을 칠하는 방법이다.
 담채와 대조적으로 사용하거나 담채 위에 사용하며, 가는 붓을 사용하여 바깥 부분부터 중심으로 색을 덮어 나간다. 인상파의 빛과 색을 다루는 방법과 신인상파의 점묘기법을 이용해 도시의 카페, 거리, 센강 주변 풍경 등을 자유롭게 그려나갔던 반 고흐처럼. 붓으로 점을 찍듯 한 점 한 점 찍어낸 점묘법으로 묘사한 60년대 수묵 담채 ‘산수’ 시리즈를 그린 한국화가 청전 이상범처럼.
 “산수유 꽃에 둘러싸인 아늑한 마을 풍경, 산수유 열매에 뒤덮인 돌담길 사진들의 배경에 황홀함을 어찌 말로 다 형용할 수 있으리오. 반쯤 허물어진 돌담과 발갛게 녹슨 함석지붕 등이 마치 빛바랜 흑백사진을 마주한 듯 노란 점들이 이어지는 거대한 점묘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샛노란 봄빛으로 수놓은 전남 구례 산수유마을(상위마을)도 작가의 손 끝에 잡혔다. ‘그리워서 눈 감으면 산수유 섧게 핀다’는 곽재구시인의 표현대로, 돌담 위로 흐르는 산수유는 진하다 못해 서럽다. 3월 중순이면 섬진강을 타고 온 봄빛으로 마을 전체가 샛노랗게 물든다. ‘오매, 환장하것네!’
 작가는 지난 30여년 동안 봄이 오면 흐드러지게 핀 복사꽃을 친구삼아, 여름이면 계곡과 바다에 취해 풍류를 애인삼았다. 가을에는 황금빛의 들녘에 사로잡혀 금빛 물결을 담아냈고, 겨울이면 꽁꽁 얼어붙은 손을 ‘호호’불며 입이 떡 벌어지는 설경을 찾아 헤맨 결과, 아마추어로 시작한 작업이 이제는 전문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쌍치의 심설’, ‘향적봉의 봄’, ‘월출산’, ‘팔공산의 만추’, ‘8월의 위도’, ‘어촌 풍정’, ‘한촌의 설’, ‘격포항’, ‘산동의 봄’, ‘산수유 축제’, ‘무릉도원’, ‘쑥재마을의 겨울 이야기’ 등 작품마다 그리움의 파도로 일렁이고,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애타는 심정이 고스란히 다가온다.
 날카로운 칼로 쓱쓱 다듬은 듯한 바위 사이로 투명한 물이 흐른다. 때로는 무서울 정도로 거칠게, 때론 부드럽게 흐르는 물은 푹 파인 바위 품에서 잠시 쉬었다가 제 갈 길을 찾아 내려간다.
 “자연은 모든 화가들의 스승이자 예술혼을 불러일으키는 원천으로 다가옵니다. 꾸밈없이 솔직한 하늘, 땅, 그리고 사람들의 모습을 앞으로도 계속 담아내고 싶습니다”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소리가 부처님의 가르침처럼 은은하게 들리는 고즈넉한 사찰 뒤로 모악산 정상이 바라보인다. 온 산야가 눈으로 뒤덮여 고요하다.
 등산로엔 눈들이 마치 방앗간에서 떡가루를 만들어 놓은 것처럼 수북하나니. 물론 살얼음 사이로 내비치는 비취빛 개울은 겨울에도 제 색을 잃지 않았고. 고요함을 즐기는 새들의 노랫 소리, 행복하게 들려온다. 나도 모르게 작품의 명제를 ‘모악산의 설’로 이름을 달아본다. 이종근기자

1.작가의 말

 도시지역을 조금만 벗어나도 평온하게 시야에 들어오는 시골과 농촌 환경의 친근한 논밭 풍경, 또한 언덕과 들의 흙냄새, 풀향기가 폐부 깊숙이 파고 들어온다.
 다부진 바위가 그득그득한 계곡, 웅장한 규모의 폭포, 뾰족한 봉우리 사이로 피어오르는 안개. 신비로운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신선이 노닐던 세계가 바로 이곳인가 싶다. 한겨울의 마이산은 순백색으로 빛난다.

2.미술평론가 김선태씨의 평

 김홍선씨의 점묘기법은 오히려 신선하게 보일뿐더러 잘 그렸다기보다는 진지함과 성실함을 발견할 수 있어 잔잔한 여운과 감동이 충분히 전달되고 있다.
 자연의 영롱한 찬미를 시간과 공간 속에서 여백을 채워가는 자연주의자인 작가는 자신의 화심을 욕심 부리지 않고 착실히 가꾸어가고 있어 한국 화단의 귀감이 되고 있다.

3.작가가 걸어온 길

전주 출신
개인전 3회(서울, 전주)
전국일요화가회 미술대전 은상
전라북도미술대전 입, 특선
아름다운 수원 화성 그리기대회 최우수상
한일교류전
한중 현대미술소통전
미의식의 표상전
전주일요화가회 회장
작품소장처:전북대학교병원(80호)
(현) 한국미술협회, 한국전업미술가회, 환경미술협회, 자명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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