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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민, 왜 고향을 등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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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민, 왜 고향을 등지는가
  • 이종근
  • 승인 2007.12.02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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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못살아도 전북인심으로 끌어안아야


 우리들은 못살아도 전북의 인심으로 끌어안아야 하는 과제를 갖고 있다. ‘태인고현동향약(보물 제1181호)’을 일례로 삼았으면 한다는 전북예총 황병근회장의 설명이다.
 향약은 착한 것을 권장하고 악한 것을 경계하며 어렵고 구차한 때에 서로 돕고 구하기를 목적으로 하여 마련된 향촌의 자치규약이다. ‘태인고현동향약’은 임진왜란을 전후한 선조년간에 시작하여 1977년 최근에 이르기까지 약 400여년 동안 전라도 태인현 고현동에서 결성하고, 시행한 향약에 관한 자료이다.
 이 향약은 정극인(1401-1481)의 ‘향음서’를 기준으로 하며, 성종 6년(1475)이 그 시행 시초가 된다. 이 향약안들은 그 중간 중간 빠진 본들이 많으며, 또한 구한말 이후의 것도 6책이나 포함되어 있다.
 “현재 ‘태인고현동향약’은 영광 정씨, 여산 송씨, 경주 정씨, 청도 김씨, 도강 김씨 등 최초 회원 오대문중의 자손들이 돌아가며 총무격인 유사를 뽑아 보존, 관리하고 있다. 현존하는 향약 문헌으로 양적으로나, 내용면에 있어 가장 많고 충실하며 향약 연구에 귀중한 자료이다(전북예총 황병근회장)”
 70년대 이후 동서 갈등으로 인한 정치적인 소외로 인해 산업화에 뒤져 상대적으로 경제적 낙후를 면치 못했으며 고향을 등지고 떠나는 도민이 1년에 7-8만명에 이르러 전북도민은 희망과 의욕을 상실한채 정치권력의 사각지대에서 실의에 빠져 있기 때문.
 바로 도민들이 하나로 뭉칠수 있는 구심력이 필요한 지금의 시점에서는 좋은 일은 서로 권하고(德業相勸), 잘못된 것은 서로 고쳐 주고(過失相規), 서로 사귐에 있어 예의를 지키며(禮俗相交), 어려움을 당하면 서로 돕는다(患難相恤)는 향약으로 정신 무장을 하면서 전북의 희망찬 내일을 기약해야 한다는 것.
 전북의 지난 시절은 비록 부유하고 넉넉한 삶은 못되었어도 오늘날처럼 거칠고 삭막하며 인정이 메마르지는 않았다. 훈훈하고 따뜻한 풍습으로 살았었기 때문이다.
 한때는 전라남.북도와 제주도 등 3도를 관할토록 했다. 임진왜란 때에는 전 국토가 병화에 휩쓸렸으나 왜적의 침입을 막아내어 조선의 젖줄과 같은 곡창지대 전라도를 지켜냄으로써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이를 계기로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란 말이 생겼다.
 또, 4곳에 분산하여 보관 중이던 조선왕조실록 중 3곳의 실록이 병화로 소실되었으나, 전주사고에 보관 중이던 실록만이 전라도인의 투철한 역사의식에 의해 보존됨으로써 오늘날 까지 전해내려오면서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었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시발지이자  중심지역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자치기구인 집강소가 설치.운영됐며, 구국항일의 불꽃이 타올랐던 저항의 땅이기도 하다. 맛과 멋, 소리의 고장 전라북도는 가장 한국적인 전통문화를 고스란히 보존, 전승하고 있는 예향이자, 수려한 풍경과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청정의 땅이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전북인 모두는 나의 이웃이고 주민이며 나의 형제이다. 결국 함께 얼굴을 맞대고 더불어 살아야 할 사람이다.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여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부정할 것은 부정하는 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할 때다.
 특히 전북인은 지난 과거 속에서 나를 철저하게 반성해야한다. 나는 분명한 목적과 소신도 없이 끌려 다니지는 않았는지...사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이웃주민과 멱살잡이를 하고 깊은 상처를 안겨주지는 않았는지...평소 나의 사소한 감정과 적대감속에서 무조건 반대부터 하지는 않았는지...이것이 얼마나 큰 죄악이고 상처인지... 냉정히 뒤돌아보고 자기반성을 해야 할 때이다.
 도내에서 지난 해 1월부터 9월까지 경찰에 접수된 고소.고발이나 진정.탄원건이 무려 1만9천431건으로 집계된 것으로 나왔다. 유형별로는 고소가 1만34건, 고발이 4천428건, 진정 및 탄원이 4천969건이다. 하루 평균 73.7건 꼴이다. 그런데 이 중, 고소.고발의 경우 불기소율이 무려 75%나 차지하며, 진정.탄원 및 투서의 90% 이상이 음해성인 것으로 분석됐다. 인구대비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 해만 그런 게 아니다. 매년 되풀이되는 현상이다.
 지역 오명은 말할 것도 없고, 수사력 낭비, 중앙인사들의 지역근무 기피, 갈등 조장 및 확대재생산 등 보이지 않는 사회적 손실은 엄청나다. 도대체 우리 전북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됐는지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이를 치유하려면 도민 개개인의 자각과 자성도 필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도민들의 사회적 역할의 증대를 꾀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전주문화원 김진돈 사무국장의 지적이다.
 이 고소.고발.투서의 전국 최고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민적 자각이 절실하며, 일자리 창출 등 도민들의 사회적 역할 증대를 위한 지방 정부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전북인은 나는 나, 너는 너, 가 아니라 우리라는 이름으로 어깨동무 할 줄 아는 넉넉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노령에 피는 햇살 강산은 열려 금만경 넓은 벌에 굽이는 물결 복되라 기름진 땅 정든 내 고장 억만년 살아나갈 정든 내 고장 깃발을 올려라 힘을 빛내라 밝아오는 내 나라 우리 대 전북’
 그래서 1970,80년대 매일같이 듣고 부르던 전북도민의 노래 가사처럼 전북의 깃발을 새로 올려야 한다.
 그리고 힘을 빛내야한다. 전북 발전을 위해서라면 정파를 초월해 김완주 전북지사가 주장한것처럼 ‘전북도민당’ 소속으로 우리 모두 백년 천년을 함께할 새로운 깃발을 올려야한다
 전북인의 기질로 주변에서 들어온 전주사람은 ‘점잖다’는 의미속에는 ‘부정적이고 소극적이다’는 의미가 한편으로 담겨있다.
 바로 이러한 이미지를 떨쳐내고 몸가짐이 묵중하고 고상한 선비같은 모습의 본래 의미인 ‘점잖다’는 점을 계속 살려가면서 적극적인 기질을 가미해 도전하는 전북인의 기상을 보여줄 때 전북의 미래가 밝다. 내일의 희망이 용솟음친다.<완>. 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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