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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망각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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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망각사이
  • 전민일보
  • 승인 2018.12.20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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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태어나서 기억과 망각 속에 살다가 생을 마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기억과 망각 세계가 사람의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고 그 속에 인간이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어릴 적 젖먹이 아이에게 엄마, 아빠를 입력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가 하면 채 우리 말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어린아이에게 조기 영어 교육을 시키는 것도 우리는 기억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어릴 적 머리속에 저장된 그 기억들이 빠져 나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반복학습과 재입력을 시키는 등 우리는 부단히 노력한다.

초등학교시절 구구단을 외우는가하면 중학교 때부터는 영어 단어 책을 끼고 살아왔고 화학기호, 수학공식을 외우기도하고 국어시간에 유명한 시인의 시 한 구절을 외우기도 한다.

또 국사시간에 역사적 사건의 연대를 순서대로 외워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학습능력에 도움이 되기도 하니 온통 기억 속에 빠져 사는 것이고 그 와중에 그 기억을 지우기 위한 망각의 음모에 사람들은 홀리기도 한다.

더구나 그 기억과 망각이 우리나라 특성상 성인이 되어 사회 진로까지 결정하는 상황이라서 그 테두리안에 갇혀 있는 우리 학생들을 보노라면 마음이 편치 않다.

여하튼 사람들이 어릴 적부터 기억한 것을 잊지 않고 다 기억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상상하기도 끔찍한 일이다.

아마도 그걸 다 기억한다면 인간의 뇌는 지금보다도 용량이 더 커야 할 테이고 잊고 싶은 기억까지 남아 있다면 사람들은 미치광이가 되지 않고서는 살아가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조물주는 기억과 망각을 인간에게 함께 선물로 주었는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억과 망각이 사람들 맘대로 선별적으로 선택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나쁜 기억은 하루빨리 잊어버리고 싶고, 기쁘고 좋았던 기억은 오래 기억하고픈 것이 인간의 기본 심리임에도 현실은 그 반대이니 세상사가 고달플 일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남에게 저지른 가해는 기억하지 못하는 반면 상처를 입은 피해자는 잊어버려야 할 나쁜 기억을 오래도 기억하고 있으니 말이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망각은 늘 가해자 편에 서 있고 기억은 늘 피해자 편에 서 있는 형국이다.

그러니 가해자는 피해자의 맘을 읽지 못하고 편하게 살고 있는 반면 피해자는 그 상처를 잊지 못하고 그 악몽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요즈음 갑질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누가 대상이 되던 일단 입질에 오르내리면 여론에 융단폭격을 받고 쓰러지고 만다.

최근의 그 갑질은 우리도 모르게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오면서 관행처럼 굳어진 것들이 화산폭발의 용암처럼 사회변화에 견디지 못하고 표출되고 있다.

살기 위해서 참았던 을의 분노가 결국 끓어오르는 가 하면 이제는 인간다운 삶을 살아보겠다는 용기있는 시민들의 깨어 있는 의식이 망각되지 않고 부르짖음의 기억으로 되새김하는 일이 벌어 진 것이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 기억과 망각을 뒤바꿔 살아 온 점은 없는지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관행이란 이유로, 성질이 급하여 어쩔 수 없었다는 이유로, 성질은 급하지만 뒤끝이 없다는 변명으로 정당화되지 못할 일로 혹시 남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히고 살아 온 일이 있는지 한해를 뒤돌아 볼 때가 되었다.

이제라도 당사자에게 고해하고 보속을 받는 게 황금 돼지띠, 새해를 맞이하면서 년말에 우리가 해야 할 일 아닌가 싶다.

김철모 전라북도 기획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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