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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하는 기분” 벽간소음 피해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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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하는 기분” 벽간소음 피해 심각
  • 김명수 기자
  • 승인 2018.04.12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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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을 위해 자격증 시험을 준비 중인 김모(30)씨는 지난해 11월 전주시 효자동의 한 원룸을 계약했다.
 
"공부해야 하니 조용한 집이어야 한다"는 김씨의 요구 조건에 부동산업자는 "새로 지은 집이니 소음만큼은 걱정 말라"며 안심시켰다.
 
그렇게 살게 된 집에서 김씨는 '지옥'을 맛 봤다.
 
옆집인지 앞집인지 모를 곳에 사는 이웃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기침을 했다.
 
막 잠에 들라 치면 집 앞을 다니는 자동차 소리가 들리는 건 물론, 바로 옆집의 화장실 소리나 음악을 듣는 소리까지 벽을 타고 넘어왔다.
 
항의 차원에서 몇 차례 벽을 두드려보기도 했지만 조용한 건 그때뿐이다.
 
김씨는 “층간 소음을 피해 꼭대기 층으로 왔지만 벽간 소음에 미칠 지경”이라며 “최근에는 집에서는 공부가 되지 않아 아예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덕진동에 사는 대학원생 이모(27)씨도 어느 날 세수를 하다 화들짝 놀랐다.
 
옆집 사람이 샤워하며 흥얼거리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왔던 것.
 
이씨는 “내 집인데도 남의 눈치를 보고 사는 기분”이라며 “혼자 사는 집이 아니라 벽을 사이에 두고 동거하는 기분이다”고 씁쓸해했다.
 
이씨는 이어 “옆집 주민의 부주의라고 하기엔 아주 작은 소리까지 다 들려서 화를 내기도 애매하다”고 말한다. 소음의 근본 원인은 너무도 얇은 벽이기 때문이다.
 
현재 층간 소음의 경우 정부가 주택법을 개정하고 주택건설기준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벽간 소음의 경우엔 어떠한 법적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아 벽간 소음 피해자들은 가슴앓이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원룸이 저렴한 재료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원룸의 경우 건축주가 공사단가를 낮추기 위해 싸구려 재료를 사용하고, 방의 개수를 늘리는 데만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한 인테리어 전문가는 “보통 원룸 벽의 주재료는 석고보드와 같은 ‘경량벽’을 많이 택하는데, 석고보드 안에 들어가는 흡음재의 단가가 높다”며 “마땅한 규제가 없다 보니 대부분 값이 싼 흡음재를 넣어 벽간 소음이 많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9조에는 ‘실내에서 소음이 45㏈(데시벨) 이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벽의 두께나 재료 등에 대한 규정은 없는 상황이다.
 
12일 층간소음 이웃사이 센터에 따르면 전북지역에서 지난해에만 200건의 전화접수와 161건의 온라인 접수가 이뤄졌다.
 
실제 현장진단과 측정이 이뤄진 건수도 201건에 달했다.
 
층간소음 이웃사이 관계자는 “꾸준히 고음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벽간 소음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는 관계로 민원이 접수되면 소음을 측정해(주간 50㏈, 야간 45㏈) 개선명령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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