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 13 총선을 앞두고 전주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이 완주와 전주를 통합하겠다는 공약을 앞 다퉈 내놓고 있다.
1992년에 나온 전주-완주 통합은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무산된 바 있다. 2013년 6월 완주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민투표에서는 반대표가 더 많이 나왔다.
두 지역은 본래 완산부, 전주부, 전주군, 전주읍으로 뿌리가 같은 고장이었다.
그런데 일제시대인 1935년 전주부와 완주군으로 분리된 후 1949년 이래 전주시와 완주군으로 양분되었다.
전주시에서 20여 년 동안 살다 완주군으로 이사하여 9년째 살고 있는 완주군민 입장에서 판단하기에 우선 전주지역 정치인들이 불쑥 내던진 통합논의는 부적절하다.
우선 이런 문제를 제기한 시기가 선거철이라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선거 때마다 할 말 못 할 말 가리지 않고 공약을 내뱉고 보는 것이 정치인이다. 완주지역에 출마한 정치인 가운데 두 지역에 대한 통합을 꺼낸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오히려 통합에 대해 모두 부정적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선거철이 아닌 때를 선택해 접근해야 한다.
왜냐하면 대다수 정치인은 오로지 표를 의식한 정치만을 하기 때문이다. 즉,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성숙한 민주사회는 다수가 횡포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소수를 존중하는 사회이다.
전주시민이 65만 3,259명이고 완주군민은 9만 5,343명(2월 말기준)이다. 전주시민이 완주군민에 비해 6배 정도 더 많다. 완주군민 대다수는 자칫 수적으로 강세인 전주시가 열세인 완주군을 한 입에 집어넣으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아무리 뜻이 선할지라도 과정이나 절차가 민주적이지 않으면 그 결과 대해 승복하기 어렵다. 일부 엘리트가 주도한 영웅중심적 사관보다 다수 민중이 주도한 민중중심적 사관이 역사를 더 진보시키고 발전시켰다.
이런 점에서 양 지역 통합논의는 정치인이 나서지 말고 주민이 자발적으로 나서야 한다.
완주군민은 양 지역 통합논의가 나올 때마다 마치 흘러간 옛 노래를 듣는 기분이다. 지금 분위기는 독자적으로 자립성을 길러 시로 승격하는 것을 더 바람직하게 여기고 있다.
완주는 산업단지나 혁신도시가 있지만 전형적인 농업지역이다. 농업지역은 농업지역에 맞는 농정을 집중적으로 펼쳐야한다. 고령화 역시 도시에 비해 급속도로 집행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현재 양 지역이 실시하고 있는 노인에 대한 복지도 차이가 많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라는 말이 있다. 대다수 완주군민은 양 지역 통합에 대해 시큰둥하게 생각하고 있다.
더욱이 완주지역 정치인이 아닌 전주지역 정치인이 경주하듯이 나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기분이 구깃구깃해진 느낌을 받고 있다.
무조건 몇 백만 도시를 만들자고 구호만 외치지 말고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신뢰성 있게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전주 인구를 늘리기 위해 완주를 끼어 넣는 “졸”정도로 생각한다면 통합에 대한 첫 단추를 잘못 잠근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청사진”은 건축물의 미래형이나 완성형이다. 어떤 일에 대한 미래 계획이나 구상을 일컫는다.
전북 발전이라는 거시적인 측면에서 진정성 있게 통합을 하려면 정치인이나 관이 주도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통합논의는 주로 정치인이 정치적 이해와 타산에 따라 제기해왔기 때문에 부작용이 많았다.
양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어 이에 대한 단기, 중기, 장기 계획을 세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재선 한일장신대 인문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