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11 11:57 (토)
가뭄
상태바
가뭄
  • 전민일보
  • 승인 2015.06.25 1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재선 한일장신대학교 인문학부 교수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예년 같으면 텃밭에서 먹음직스럽게 자랐을 상추와 부추는 제 모습 뿐만 아니라 맛까지 잃었다. 쑥갓은 생육환경이 열악해지자 서둘러 꽃을 피워버렸고 근대는 부드럽고 아삭아삭한 맛을 내지 못해 나물을 무쳐놔도 질겨서 씹기 힘들 정도다. 철쭉묘를 심어야 할 현기 아저씨 논밭은 아직도 작업을 하지 못해 밭둑에서 혀 끄는 소리가 마을 모정 느티나무 그림자보다 길다.

현재 소양강댐이나 충주댐, 횡성댐 같은 한강수계 다목적댐 강수량은 예년에 비해 65%이고, 유입량은 예년과 비교하여 44%에 불과하여 저수량이 역대 최저 수준이다.

어렵고 힘들게 사는 민초들 삶이 더 뾰쪽뾰쪽해졌다. 고지대나 저지대 할 것 없이 여름 햇볕에 제 몸을 실하게 불려야 할 채소나 야채가 갈증을 견디지 못해 목말라 죽고 있다. 닭이나 돼지도 물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해 성장이 더뎌 축산농가 시름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동식물뿐만 아니라 사람이 먹을 물마저 귀해 가뭄이 가져 온 고통은 지상에 이름을 가지고 사는 생명체 모두가 동일하게 겪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뭄과 함께 메르스가 찾아와 가뭄으로 인한 고통에다 메르스에 대한 불안까지 떠안고 흔덕대고 있다.

우리 사회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나면 으레 인재냐 자연재해냐를 두고 설전을 벌이는 고질병이 있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이후 정부는 재난컨트롤타워로 국민안전처를 새로 만들었다. 그러나 정부는 메르스나 가뭄에 대해 체계적이고 일사분란하게 대처하지 못해 불신만 더 쌓인 형국이 되고 말았다. 문제가 일어난 상황을 미리 예측하는 예방능력이나 초기에 문제를 최소화하려는 의지가 부족하였다. 문제를 보는 시각이 늘 눈 가리고 아옹하는 식이다 보니 재해가 되풀이 되고 있다. 언제까지 소를 잃고 뒤늦게 외양간만 뜯어 고칠 것인지 국민 다수는 피해망상증과 우울증을 앓을 정도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민이 태평하게 살려면 국가지도자는 물을 잘 다스려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반생태적이고 반환경적인 4대강 사업을 강행하여 강을 썩게 하였고 정작 가뭄에 대한 대책은 세우지 못했다. 4대강에 물은 철철 넘치는데 주변 논과 밭은 타들어가고 있다. 수십조 원을 들여 4대강 사업을 벌이면서 정작 가물 때 물을 어떻게 쓸지에 대해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정권은 세월호와 메르스, 가뭄이 잇따라 일어났지만 늘 뒷북만 치는 무능력한 모습을 보여 왔다. 그래서 박 대통령 최근 지지율이 29%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맹자는 “백성과 함께 즐거워하고 백성과 함께 근심한 사람 가운데서 임금이 되지 못한 이가 없다.”고 하였다. 즉, 임금이나 지배층끼리만 즐기는 것은 진정한 즐거움이 아니며 민심에서 멀어지면 비참한 지경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이다. 공자는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라고 하였다. 이 말은 백성에게 참정권 자체가 없던 왕조시대에 생긴 말이다. 민심을 얻는 사람이 천명(天命)을 받아 임금이 된다는 역성혁명 논리를 담고 있다. 잇따른 사고와 재난 때 국가가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지 못한 상황에 이르면 민심이 싸늘해지는 것에 머물지 않고 분노에 이르는 법이다.

하루 빨리 우리를 정신 없게 만들었던 메르스와 가뭄이 물러가고 사람이 살만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정부는 국민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도록 우리사회 곳곳을 안전지대(Safety Zone)로 만들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기미잡티레이저 대신 집에서 장희빈미안법으로 얼굴 잡티제거?
  • 화려한 축제의 이면... 실종된 시민의식
  • 군산 나포중 총동창회 화합 한마당 체육대회 성황
  • 대한행정사회, 유사직역 통폐합주장에 반박 성명 발표
  • 서울공항 봉인 해제에 일대 부동산 들썩… 최대 수혜단지 ‘판교밸리 제일풍경채’ 눈길
  • 만원의 행복! 전북투어버스 타고 누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