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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나부끼는 양류관음의 버들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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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나부끼는 양류관음의 버들가지
  • 전민일보
  • 승인 2015.05.1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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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숙 세림약국 약사

 
회화문화재 수복학을 전공하고 있는 딸의 교재를 구경하다가 양류관음도(楊柳觀音圖) 복원에 대한 문헌을 읽어보았다.

양류관음상은 예로부터 불화(佛畵)에서 중요한 화제(畵題)의 하나가 되어 오고 있는데, 그 이름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관음보살이 바위 위에 비스듬히 앉아 오른손에는 버들가지를 들고, 왼손은 왼쪽 가슴위에 올려 놓고 아래쪽 한 모서리에는 선재동자(善財童子)를 배치하여 대각선의 회화구도를 살리고 있다. 그림은 관음보살의 자비로운 표정과 부드럽고 섬세한 선과 밝고 선명한 색채로 표현되어 있으며 고려시대의 불화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는 양류관음도는 대개는 이와 같은 구도를 취하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특히 유명한 것이 현재 일본에 소장되어 있는 고려시대에 제작된 관음도들이다.

고려 말 왜구들의 노략질에 의하여 약탈되어 일본의 신사(神社)와 사찰 등에 소장되어 있다. 중생이 바라는 것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온갖 병을 제거해주는 맹세의 상징으로 버들가지를 한손에 들고 한손으로는 아무 것도 두려워 하지 말라는 시무외(施無畏)의 인(印)을 맺고 있는 양류관음상원본의 하나가 일본 경신사(鏡神社)에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문헌에 의하면 고대 일본 헤이안조의 궁정에서는 그림을 그릴 때 우리 나라 종이인 고려종이를 첫 번째로 선호했다고 했다. 당(唐)의 종이는 딱딱하여 뻣뻣한 상태라고 했고, 일본의 종이는 색이 화려했으며 고려의 종이는 표면이 매끈하고 부드러워 친숙하고 색이 화려하지 않아 편안하여 화지(畵紙)의 최상품이라고 했다.

나는 이 양류관음도를 자세히 살펴보다가 관음보살이 오른손에 들고 있는 버들가지에 눈길이 머물렀다. 인도의 갠지스 강변에 위치한 바이살리 지방에서 돌림병이 유행하였을 때 관음보살이 나타나 버드나무 가지와 정화수로 주문을 외워 역병을 없앴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중생의 병고를 덜어주는 관음보살이 버들가지를 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버드나무껍질이 가지고 있는 소염진통효과가 있는 약리작용에서 기인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우연히 비롯된 이야기가 아닌 듯하여 놀라웠다.

양류관음은 중생의 병고(病苦)를 듣고 치유해주는 부처님의 자비로움이 마치 버드나무가 바람에 나부낌과 같다 하여 명명된 이름이라 전해지고 있긴 하지만 일찍이 약리학자들은 버드나무껍질에서 소염진통효과가 있는 살리실레이트(Salicylate)를 발견하여 병으로 신음하는 사람들의 고열과 통증 치료 및 심혈관질환 예방에 이르기까지 큰 공헌을 했다.

나는 양류관음도의 화폭을 바라보며 그림속의 선재동자처럼 관음보살을 우러러보았다. 관음보살은 어머니처럼 자애로운 표정에 시원한 눈매, 작고 예쁜 입, 매력적인 콧날을 지닌 아름다움으로 내려다보고 계셨다.

또한 풍만하고 넓은 가슴, 둥글고 미끈한 어깨의 굴곡, 다리나 팔의 미묘한 흐름 등에서 보여주는 아름다움은 어머니의 자애로운 마음의 세계로 인도해 주는 듯 했다.

계모와 의붓 언니들에게 핍박을 받은 신데렐라가 숲속 어머니의 무덤에 가서 울며 기도하니 버드나무가지에서 어머니가 나타나 신데렐라의 슬픔을 달래주는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하며 신데렐라의 어머니에게서 양류관음의 자비로운 미소를 떠올려보았다.

또한 연이와 버들잎 소년이라는 전래동화에서는 버들잎 소년이 연이의 계모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데, 연이는 버들잎 소년에게 받아두었던 하얀 색, 빨간 색, 파란 색으로 된 세 가지 물약을 뿌려서 버들잎 소년을 살려낸다.

죽은 버들잎 소년은 뼈가 붙고 살이 붙고 피가 돌아 다시 살아나 연이와 함께 하늘나라로 올라가 행복하게 산다. 버들잎 소년이라는 이름과 관련하여 이 동화의 의미를 생각하니 버드나무의 약효와 생명력을 이야기하는 듯 싶다.

책을 덮어두고 봄 시냇가에 나가 바람에 나부끼는 버들가지를 바라보았다. 춥고 긴 겨울을 보낸 버들가지에는 새물이 올라 연초록빛 새로운 생명의 물결이 출렁거리고 있었다. 나는 훈풍에 나부끼는 버드나무가지 사이로 떠오르는 양류관음의 자애로운 미소를 가득 담아 조제실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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