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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혀는 몸을 자르는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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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혀는 몸을 자르는 칼
  • 전민일보
  • 승인 2015.04.22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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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웅 전주대학교 씨름부 감독

 
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 閉口深藏舌 安身處處牢

“입은 화근의 문이요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라. 입을 다물고 혀를 깊이 간직하면 몸이 어느 곳에 있던지 편안하리라”

신언패(愼言牌)라는 게 잇습니다. 조선시대 최고의 폭군으로 악명이 높았던 연산군이 폭정(暴政)의 상징으로 자주 인용되던 것입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연산군 11년 3월 12일에 대제학 김감이 나서서, 조정의 크고 작은 벼슬아치들이 차고 다니는 신언패 한 쪽 면에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을 변치 말고 임금을 섬기자는 시를 지어 새기도록 했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신언패는 조선 시대 연산군 때에 관리들에게 말을 삼가도록 하기 위해 차게 한 패(牌)로, 그 한 쪽 면에 일종의 충성 서약을 새겼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다른 한 쪽 면에는 어떤 것을 새겨 넣었을까요? 바로 다음과 같은 네 구절이라고 합니다.

입은 화근의 문이요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라. 입을 다물고 혀를 깊이 간직하면 몸이 어느 곳에 있던지 편안하리라.(口是禍之門舌是斬身刀閉口深藏舌安身處處牢)

한 마디로 말해서, 입조심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입니다. 요즘말로 하면 언론의 자유를 철저하게 짓밟는 짓인 것이지요.

폭군이라는 연산군의 이미지가 겹쳐서 듣기만 해도 저절로 혀가 굳어질 만큼 섬뜩해지는 내용인데, 본래 이 네 구절은 후당(後唐) 때 재상을 지낸 풍도(馮道)가 지은 ‘설시(舌詩)’라는 한시의 오언절구로, 「명심보감」에도 실려 있는 말입니다.

우리 속담에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 마디 말로 천 냥이라는 거금의 빚을 갚을 정도로 말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이지요.

사람은 감정의 동물인 까닭에 상대가 내뱉는 말에 따라 기분이 하늘을 날듯이 좋아지기도 하고, 의기소침해서 죽음에 이르기도 할 정도로 말입니다. 우리가 사적(私的)인 관계에서나 공적(公的)인 생활에서나 늘 말을 가려 하되, 올바른 말로써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은 바로 그런 까닭입니다.

사실 말을 많이 하고 적게 하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말을 아무리 많이 해도 할 말을 하고, 자기가 말한 것을 제대로 실천하기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사실 사람이라면 말을 할 때는 해야 합니다. 말을 해야 할 때 “침묵은 금이다.”라면서 말하지 않는 것도 죄가 될 수 있습니다.

말을 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말만 해놓고 나서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게 문제입니다. 우리 정치인이 그러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무리 좋은 말을 많이 해도, 책임지지 못하면 하지 않는 것만 못합니다.

그런 까닭에 인한 사람은 말을 머뭇거리는 겁니다. 말을 함부로 많이 하다보면 실천하기가 어려운 법이니, 조심조심 신중하게 말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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