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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품으로 돌아와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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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품으로 돌아와줄래?
  • 윤복진 기자
  • 승인 2015.04.15 16: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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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내고등학교

2학년 2반 홍예원


언니들, 오빠들 그리고 나의 친구야

친구야, 너희들을 떠나보낸지도 벌써 1년이 다 되가는 것 같아.
한 살 언니, 오빠였었는데 벌써 일년이 지나서 나와 같은 나이가 되었네.
그때도 딱 이맘때였던 것 같아.
벚꽃이 하나 둘 피고 세상을 새하얗게 물들이던 때 너희들은 떠나갔었지.
나는 아직도 4월 16일이라는 날에 멈춰있어.
1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너희들을 추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네가 없는 식탁에 밥 한공기를 더 놓고 밥을 먹고,
걸어도 걸어도 받지않는 너의 휴대폰에 전화를 걸어보고,
너의 추억들이 담겨있는 네 사진첩에 들어가 하염없이 울다가 또 웃고 하길 반복해.
널 잊지 않으려고 이곳저곳 뛰어다니며 노란 리본을 묶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아.
4월 16일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세상이 먹구름으로 가득차는건,
남아있는 사람들의 울음소리가 하늘에도 울려퍼져서일까?
아니면, 울고있는 우리들을 보는 너희의 마음을 하늘이 대신 가슴아파해주는걸까.
나는 아직도 생생해.
마음같아서는 하루종일 티비앞에만 앉아 너희들이 올 모습을 기다리고 싶었는데,
진도로 훌쩍 달려가 팽목항 부두에 무릎꿇고 앉아 너희들이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만 싶었는데,
아니 차라리 아무것도 없는 망망대해를 그냥 바라만이라도 보고 싶었는데
현실은 냉혹했었고 보이지 않는 손들이 내 발목을 붙잡았어.
학교를 마치고 어두 컴컴한 방, 자정이 넘은시간 휴대폰을 쥐고 너희들이 남겼던 마지막 문자를 보며 눈물 흘리고,
영원히 움직이지 않을 것만 같은 생존자 숫자에 오늘은 살아 돌아오겠지, 내일은 올까, 내일 모레는 와줄까.. 하며 기다렸는데 아무 소식없는 현실이 왜 이렇게 원망스럽고 안타까웠는지... 이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고,
진도의 하늘에도 해가 뜨고 또 다시 아침은 오는데, 왜 너희들만 없는지
내 옆에 있는 친구들처럼 쉬는시간이 되면 손잡고 매점가자고 외칠것만 같은데, 왜 너희들만 없는지.
왜 너희들이 없어야 하는지.
눈물밖에 흘려줄 수 없는 내가 죄스럽다 친구야.
이렇게 펜을 잡고 공부하는것도, 숨쉬는 것 조차도 너무 미안해...

 
너희들에게 죄가있다면 너무 천사같은 마음을 가진거야
움직이지 말고 기다리라는 어른들의 말에,
 떨리는 손으로 엄마 아빠에게 보냈던 문자들 “엄마 아빠, 사랑해.“
턱끝까지 차오르는 공포를 삼키며 마지막까지 친구에게 구명조끼를 벗어서 채워주는 그 여린 손들,
그 아름답고도 가슴아픈, 바보같이 착한 마음들이었어.
그리고 너희들은 그 깨끗한 마음으로 오늘도 이렇게 우리를 비추는 밤하늘의 별이 되었나봐.
 
친구야, 나는 아직도 4월 16일에 살고있어.
이제 365일의 4월 16일이야.

이젠 꿈속에서라도 엄마아빠와 손잡고
갈 수 없는 노란 리본이 가득한 너의 반도 한번 들리고,
여느 때와 같이 밤늦게 야자 끝나고 집에 들어가서 야식도 먹고
야윈 어머니 아버지도 꼭 안아드리고 눈물도 닦아드렸으면 좋겠다.
찢어지고 멍든 마음들에 반창고 하나씩이라도 붙여주면 좋겠다.

이제 너를 추억하면서 팽목항 부두 앞 차가운 시멘트 바닥으로 가지 않을게.
그냥 너의 빛났던 시간으로 너희들과 함께 나란히 손잡고 가고싶어.
그러니까 더 이상 저 차갑고 무서운 바닷속에 있지말고 우리 품으로 돌아와줄래?
열리지 않는 문 때문에, 깨지지 않는 창문 때문에 힘들다면 물거품 되어서라도 오렴.
이 세상에 만발한 벚꽃을 너희에게도 보여주고 싶어.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 잎 따라 노랗게 노랗게 물든 꽃밭으로 함께 손잡고 여행가자

                           2015년 4월 15일
                                              너를 추억하는 예원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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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근 2015-04-16 12:47:24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진심어린 편지에 감동 받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에 안전과 나라 전체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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