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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혐오의 정치는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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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혐오의 정치는 범죄다
  • 전민일보
  • 승인 2014.12.1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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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민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상임활동가

 
세계인권선언기념일이었던 12월 10일 저녁, 익산의 한 성당에서 열린 평화통일 주제의 토크콘서트 도중 행사에 참석한 청중이 화학물질을 터뜨렸다는 소식에 전국이 들썩였다. 사건의 피해자들과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들이 가장 큰 충격을 느꼈겠지만 필자 역시 경악했다.

해당 행사는 북한을 다녀온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통일을 모색할지를 함께 고민하는 토크콘서트였다. 가해자는 이전부터 이콘서트가 종북세력들의 토크콘서트이고 용납할 수 없다고 하며 이러한 사건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결코 가해자 한명의 악의성만이 문제가 아니다. 종북매카시즘과 혐오를 조장하는 보수 세력이 가장 큰 문제다.

종북을 들먹이며 이른바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사회 분위기가 날이 갈수록 팽배해지고 있다. 보수세력은 반공이데올로기가 팽배한 한국사회 내에 북한을 혐오대상으로 계속 등장시키고 보수언론은 이에 발맞춰 자신들의 위기 때마다 이러한 혐오를 부추기며 종북몰이를 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콘서트는 북한을 다녀온 상황을 공유하며 평화와 통일을 고민해보는 토크콘서트였지만 보수언론은 이를 북한을 옹호하는 콘서트라며 종북딱지를 붙였다. 이처럼 북한에 대한 사고와 발언은 금기시되고 혐오의 대상이 되며 인간의 기본권인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다. 이제는 정부가 강요하는 관점을 거부하거나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도 ‘너도 종북이냐’고 몰아세우는 매카시즘이 횡행하고 있다.

한편으로 이 같은 혐오의 정치는 날이 갈수록 더욱 위협적인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다. 인권을 외치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이 보수언론에 의해 마치 사회통합을 방해하는 세력으로 비춰지고 있고, 종북과 소수자혐오를 드러내고 낙인찍고 위협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선동하는 혐오의 정치가 만연해 있다.

종북매카시즘과 소수자혐오가 결합한 모습은 ‘소수자들을 옹호하는 것은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방향으로까지 변이하고 있다. 이는 ‘성소수자를 옹호해 군 기강을 흐트러뜨려 안보를 위협하는 종북게이’, ‘외국인 노동자지원 단체는 국가 정체성을 없애려는 종북세력’이란 말과 같은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다.

혐오를 기반으로 하는 이 같은 논리는 과거 독일 나치정권의 인종 학살의 논리와 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보수단체들은 인명피해가 날 뻔했던 사건의 가해자를 영웅시하며 ‘종북세력 척결에 앞선 가해자를 석방하라’는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등 여전히 혐오의 선동을 부추기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혐오의 정치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섬뜩하게 깨닫게 하는 일이면서 혐오는 결코 표현의 자유로 옹호할 수 없다는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한편으로 이번 사건이 종북몰이와 혐오로 인해 여러 행사들에서 발생했던 폭력 사건들에 경찰과 검찰이 미온적인 대처를 하면서 발생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

혐오를 부추기는 선동과 그것을 기반으로 한 정치는 범죄다. 혐오의 정치가 더욱 극단으로 치달을 경우에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인종주의에 기반을 둔 소수자 살해와 같은 참사가 한국사회에도 벌어질까 우려스럽다.

그렇기에 종북메카시즘과 혐오의 정치를 불러일으키는 보수세력은 선동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시민사회 진영이 양심적인 시민들과 함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혐오의 정치에 단호하게 대처해야만 한다. 사법 당국 역시 이번 사건의 중대함을 명심하여 면밀한 조사와 함께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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