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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문제 해결과 차별 금지를 위한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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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문제 해결과 차별 금지를 위한 연대
  • 전민일보
  • 승인 2014.09.24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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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민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상임활동가

 
약 1년 전 자림복지재단의 장애인성폭력사건 해결을 위한 시민문화제를 진행하던 중에 한 시민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지체장애인을 강간하다니 좀 이상한 사림인 것 같네요. 성욕 해결이 급해도 그러고 싶었을까요.’ 얘기를 들으며 생각해보니 성폭력 사건을 둘러싼 입장에 있어 몇몇 개인이나 정부나 비슷한 것 같다.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들이 성욕이 넘쳐나거나 이상 성욕이라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화학적 거세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그런데 성폭력 문제의 원인이 성욕이 아니라는 것은 최근 들어 더욱 자세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 9월 2일 진선미 의원은 ‘2011년 이후 지역별 성폭력·성매매 발생건수’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통해 성폭력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지역에서 성매매도 많이 벌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발표했다.

성폭력 발생 빈도가 높은 4개 광역지자체 지역이 성매매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위 5개 지역에 모두 포함되었던 것이다. 한때 성매매 방지법 제정을 앞두고 성매매를 통해 남성의 주체하지 못할 성욕을 해결하지 못하면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특히 풍선효과가 위험한 방식으로 드러나면서 성폭력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함께 나왔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있지만 성매매는 필요악임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발표를 비교해보면 이것이 반드시 그렇게 연결될 수는 없다는 것을 말한다. 결국 종사자들의 권리를 짓밟으며 지속되고 있는 성매매는 다른 목적 아래에 있다고 봐야한다.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도 거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영국 노팅엄대학의 사회학자인 줄리아 오코넬 데이비슨 교수는 ‘성구매자는 성산업 종사자로부터 성을 사거나 성적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성산업 종사자에게 권력을 행사하기 위하여 지갑을 연다’고 밝혔다.

성은 매개일 뿐 그 과정에서 나오는 위계를 통해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성구매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과거 이러한 권력관계를 행사하는 것이 성산업 종사자들을 향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더라도 잘못이 아니었던 것은 보호해야 할 정숙한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으로 나눈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의 덕분이다.

가부장제가 부여하는 정숙한 여성이 아니기에 성산업 종사자들을 위해 보호 장치나 규범은 필요 없었던 것이고 이른바 ‘정상인’들의 사회가 안전하게 유지되기 위해 관리될 뿐이었다.

올해 9월 23일로 시행 10주년을 앞두고 있는 성매매 방지법은 가부장제 이데올로기 속에서 인권을 빼앗긴 채 살아가던 성산업 종사자들도 권리의 주체라는 것을 재확인하게 했다.

하지만 여성 살해·성폭력 등 종사자들을 향한 폭력을 막기 위한 성산업 종사자 비범죄화를 비롯해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제도의 정비와 함께 되어야 할 것이 성산업 종사자에 대한 낙인찍기가 중단되는 것이다.

과거 성산업 종사자들의 모임인 민주성노동자연대는 성산업 종사자의 건강검진 의무화를 두고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격적으로 건강 검진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임을 주장했다. 아무리 좋은 법과 정책이라 하더라도 결국 차별 의식이 공고한 사회라면 허울만 좋은 부실한 나무일뿐이다.

한발 더 나아가 성매매 문제해결을 위해선 더 많은 차별에 반대하는 사회운동이 필요함을 말해주고 있다.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는 성산업 종사자만이 아니라 탈학교 청소년, 장애인, 성소수자 등 특정 기준에 못 미치는 혹은 이탈한 이들을 권리보장과 보호로부터 배제했고 이는 여전히 곳곳에 남아있다.

여성비하성 폭언이 소수자들을 향해 쏟아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양한 소수자들을 향한 차별을 금지하기 위한 시민들의 연대를 통해 성산업 종사자의 인권보장과 성매매 문제 해결의 실마리도 함께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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