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 잠꾸러기 없는 나라 우리 나라 좋은 나라.”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어디서 많이 듣던 노래 아닌가요? 4~50 년 전 노래로 새벽 6시면 국가가 강제로 잠을 깨우던 노래입니다. 경기도 교육청에서 시작한 전 학교 9시 등교를 가지고 말이 많습니다. 취지는 좋은데 너무 급하다느니, 맞벌이 부부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고 3은 수능시간표에 맞춰 몸이 세팅되어야 하는데 책임질 수 있느냐 등등.
우리 나라는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게 많습니다. 세계 최고의 자살률, 세계 최고의 청소년 자살률, 세계 최고의 노동시간, 세계 최고의 학습 노동시간, 세계 최고의 초고령화 속도 등입니다. 그런데 이런 부지런함으로도 가난을 벗어날 수 없고 소득격차가 큰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극심한 경쟁 속에서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분열되어 가는 아이들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그렇게 해서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직장에 나가면 성공한 삶이고 행복한 삶일까요?
10 년 후면 이 나라는 초고속 고령화 사회라고 하는데 어떻습니까, 노후 설계는 되셨습니까? 부부 한 쌍당 지금도 겨우 자식을 한 명 낳는데, 우리 늙으면 누가 부양할까요. 국민연금 있다구요? 인간의 수명이 점점 늘어가고 정년은 단축되는데, 길어진 늙은이의 말년, 국가가 책임진다구요? 정말입니까? 정말 당신은 그렇게 믿으십니까? 혹시 천문학적인 사교육비 들여 자식이 잘되면, 자식 덕 좀 볼 거라구요? 잠 안재우고 사교육비 들여 밤낮 닦달한 당신을 2~30 년 후 성인이 된 아이들이 당신을 정말 고마워하고 잘 봉양할까요? 지금 우리 어른들이 부모님 모시고 사나요? 부모님께 용돈 제대로 드리나요? 겨우 몇몇 자식들이 푼돈 모아 봉양하는 게 효도이고, 겨우 명절과 생신에 밥 한 끼 같이 먹는 게 일반적인 풍경 아닌가요? 그럼에도 아이들 사교육비를 위해서 파출부로 노래방 도우미로 투잡 뛰는 당신, 직장과 대리운전 투잡 뛰는 당신의 헌신을 아이들이 고마워할까요?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학교에, 방과후학교에, 학원에, 과외에 혹사당하고 정작 부모와 대화할 시간이 없는데 우리 아이만은 남보다 앞서게 하겠다고 선행학습 무한 경쟁에 내보내는 게 교육이라고 믿는 교육전문가님(?) 제발 아이들 마음 속으로 들어가보세요. 얼마나 황량한지 살펴보세요. 아침 수업시간 1~2교시에 엎드려 있는 대다수 학생들의 머릿 속에 학습내용이 저장되었다고 생각하나요? 많은 의학적 연구와 교육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잠은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옮기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오히려 8 시간 이상 잠을 재우는 게 공부 잘하는 조건이랍니다. 잠 안재우고 공부시키는 아동학대를 설마 자식에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하는 당신, 오늘부터 5 시간만 잠자는 생활을 한 달 견뎌보세요. 답이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미치거나 돌거나.
21세기 들어 한국사회 키워드는 ‘불안’이라 합니다. 현재의 불안은 미래로부터 옵니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우리는 너무 유예하고 있지 않은지요?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불합격한다는 4당 5락의 신화를 언제까지 끌고 가실건가요? 이제 잠을 강제로 깨워 동원하는 집단은 군대와 교도소, 그리고 학교 밖에 없습니다. 어디서 많이 보는 놀랍도록 비슷한 풍경 아닌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