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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먹고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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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먹고 왔어요”
  • 전민일보
  • 승인 2014.08.2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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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일 도의회 문화관광건설위원장

 
“아침 먹고 왔어요”

얼마 전 9시 등교가 처음으로 시행된 경기도의 여중학교 현장을 다룬 기사 제목이다. 인터뷰에 응한 학생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긍정적이다. 기사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중학생 딱지를 뗀 지 30년이 넘은 나도 당사자인 양 반갑다.

9시 등교는 등교시간을 불과 30분 늦춘 것에 불과하지만 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긍정적 파장을 가져올 것이다.

일단 아침이 여유롭다. 기사 제목처럼 간단하게나마 아침을 먹고 등교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아침이 무슨 대수냐고 할 수 있지만 한창 성장기의 학생들에게 아침은 아무리 간단하게 먹는다고 해도 중요한 한 끼다.

심적으로 쫓기지 않게 되니까 부산을 떨 필요도 없다. 직장생활을 하는 어른에게 30분의 출근 여유시간을 준다고 생각해보라. 30분의 여유가 주는 효과를 일일이 나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9시 등교라는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 교육감은 “학생들이 원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일방적인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일부 학부모와 교육단체의 반발이 있다고 한다. 심지어는 법적 대응까지 거론되고 있는 모양이다.

논란이 어떻게 매듭지어질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결국은 9시 등교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본다. 학생들이 감당해야만 하는 무게가 너무 크다는 걸 우리 사회는 익히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9시 등교 시행은 학교가 가혹한 경쟁의식을 배태하는 현장으로 전락해버린 상황에서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오직 성적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고, 우수한 성적을 통해 경쟁에서 살아남는 21세기판 입신양명을 의식화하는 게 요즘 학교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최대한 일찍 일어나서 최대한 늦게 잠자리에 드는 게 성실한 학생의 책무로 간주된다. 여기에서 학생의 행복이라는 가치가 끼어들 여지는 거의 없다. 미래의 안정을 위해 지금의 행복은 과감히 포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굳이 신자유주의라는 거대담론을 언급하지 않아도 우리 사회는 이미 무한경쟁이라는 코너로 내몰린 지 오래다. 과거,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외침이 사회적 설득력을 얻기 시작할 때부터 그랬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할 때가 됐다. 그런 문제가 어디 한 둘일까 싶지만 백년지대계라고 하는 교육문제에서 그 출발점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보다 나은 사회나 행복한 사회처럼 기성세대들이 주장하는 지향이 상투적이고 무의미한 구호에 그치지 않게 하려면, 내일을 짊어지게 될 학생들이 처한 현실을 바꾸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9시 등교는 단순히 등교시간 30분의 문제가 아니다. 왜곡된 가치를 강요하는 교육현장의 변화를 기대해볼 수 있는 단초로서 의미가 있다.

그리고 나아가 학교현장의 변화는 곧 우리 사회의 변화로 이어지는 것이므로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피폐해진 학생들의 몸과 마음에 작은 힐링을 안겨주는 효과가 있음은 물론이다.

9시 등교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마침 전라북도교육청도 ‘아침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겠다고 한다. 9시 등교가 경기도 학생들만이 누리는 일부의 혜택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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