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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의 최종범과 1970년의 전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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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의 최종범과 1970년의 전태일
  • 한훈
  • 승인 2013.11.19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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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민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상임활동가

우리 사회에서 삼성 제품, 그중에서도 삼성전자의 제품은 언제나 소비자들의 최우선적인 선택의 대상이다. 선택의 이유야 많지만 그중에 하나는 AS라 불리는 사후 서비스제도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후 서비스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의 도움을 요청하며 우리는 그들을 으레 삼성의 직원들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대부분은 삼성의 로고가 달린 작업복을 입고 삼성전자의 제품을 수리하고 있지만 삼성 노동자가 아니다.


올해 여름,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주)가 외형뿐인 약 120개의 협력업체 즉, 위장 도급회사를 차려 최소 5천 명에서 1만여에 이르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을 관리해온 불법파견 사실이 드러났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이러한 불법파견으로 노동자들의 채용과 해고, 업무지시, 급여지급 등에 대한 통제는 마음대로 하면서도 직접 고용을 피하여 각종 법적 책임에선 자유로운 이익을 누려왔다.

 

삼성의 불법파견은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내하도급업체로 위장도급 계약을 맺고 노무관리를 직접해오던 중 대법원에서 불법 파견 판결을 받은 현대자동차의 그것과 유사한 형태였다.


불법파견이 횡행하는 일터 대부분이 그러하듯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은 최악의 수준이라 할만 했다. 월급 없이 제품수리를 하고 건당 수수료가 임금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장시간 노동을 피할 수가 없었다.

 

성수기엔 12시간이 넘는 장시간 근무를 해야 했지만 초과근무수당이나 야근수당 또는 휴일은 전무했다. 반대로 비수기에는 일이 없어 말 그대로 배를 곯을 수밖에 없었다.

 

삼성은 이 같은 진실을 숨기기 위해 임금명세표를 2개로 만드는 등의 치졸한 수법을 썼고, 위장도급에 대해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삼성의 이름을 지우고 내부 프로그램 변경 등의 꼼수를 부렸다.


삼성전자비스노동자들이 이런 현실을 참다못해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올 7월에 노조를 만들던 노동자들의 요구는 최저임금과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단순한 것이었다.

 

그러나 삼성으로부터 돌아온 것은 ‘노조설립 시 빠른 시간 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와해시키고 와해되지 않으면 고사시킨다‘는 살벌한 대답이었다.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삼성의 노조파괴 전략문서는 실제로 작동하면서 노조 간부가 있는 서비스센터 위장폐업, 노조의 대표 해고 및 노조원에 대한 인사 불이익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10월말에는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일하던 최종범이라는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씨는 노조 가입 이후 회사로부터 업무 배치에서 제외당하고 욕설과 폭언 등 모욕적인 대우를 받아오며 고통스러워했다.

 

“일을 하며 너무 힘들었다. 배고파 못 살았고 다들 너무 힘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다.”라는 문자 메시지가 그의 마지막 호소였다.

 

이번 사건으로 많은 이들이 지금으로부터 43년 전 11월의 어느 날, 최씨와 같이 ‘배가 고프다’란 말을 남기고 죽어간 어떤 노동자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의 이름은 전태일. 2013년의 노동자와 1970년의 노동자의 마지막 말이 너무도 똑같음에 몸서리치게 된다.
그러나 43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노동자의 절규와 달리 기업의 이익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2012년 순이익은 23조원으로 늘었고, 같은 해에 삼성전자서비스의 영업이익은 75억 원이 되며 전년도 대비 134%가 증가했다.

 

누구의 피눈물이 저 돈을 키우고 있는지를 그리고 그것이 ‘또 하나의 가족’을 운운하던 삼성의 추악한 진실임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최종범의 죽음과 삼성전자서비스노동자들의 외침에 삼성이 어떤 책임을 져야할지,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시민들이 함께 감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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