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명 산을 신체조건과 체력에 따라 골라 오를 수 있게 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탐방객이 자신에게 적합한 탐방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경사도·거리·노면상태·소요시간 등에 따라 '매우 쉬움', '쉬움', '보통', '어려움', '매우 어려움' 등 5개 등급으로 나눈 정보가 담긴 '탐방로 등급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2년 동안 위치정보시스템(GPS) 측량으로 1700㎞ 탐방로의 경사도, 폭, 거리, 노면상태 등을 조사해 등급을 매겼다고 한다.
등산객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 국민 중 2개월에 한번 산에 가는 사람은 1886만명, 1개월에 한번 가는 사람은 1560만명으로 나타났다. 등산인구는 두 달에 한번이상 산에 가는 사람을 말한다. 등산인구가 국민의 44%에 달한다는 얘기다. 등산이 국민스포츠이자 삶의 한 방법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하지만 등산인구 증가에 따른 산악사고의 부작용도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건강을 얻고자 산에 갔다 중상을 입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산에 대한 충분한 정보나 지식 없이 산에 오르기 때문이다. 알고 가면 즐겁고 안전하지만 모르고 가면 부작용도 많은 게 산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여성 등산객이 전체 등산인구의 40%를 넘어설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안전 산행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양질의 서비스가 더욱 절실한 실정이다. 등산이 생활화되면서 전국 어느 산이나 주말이면 등산 인파로 넘쳐나지만 등산로의 경사도나 노면상태와 같은 안전과 직결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산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산림청 조사에 의하면 전국에는 무려 4400개의 산이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나 산림청이 모든 산에 대한 등산로를 조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산림복지 차원에서 전국의 지자체가 탐방로 등급제 시행에 동참해야 한다. 등산로의 난이도를 과학적으로 측정한 정보를 등산로마다 등급 안내판을 통해 제공하는 일은 안전사고 예방은 물론 등산을 통한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