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이 드라마에서 배우 정웅인은 비록 출연분량은 적었지만 등장 때마다 큰 존재감을 나타냄으로써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주연은 아니지만 뒤에서 묵묵히 열연을 펼치는 명품 조연배우들의 활약은 드라마의 성공과 완성도를 결정하는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작동원리는 산업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우리나라가 자동차·조선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며 세계무대의 주연으로 활약할 수 있는 것도 스포트라이트 밖에서 묵묵히 열연해온 조연들 덕분이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최종제품의 품질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산업이 바로 뿌리산업이다.
뿌리산업이란 모든 제조업의 기반이 되는 산업으로, 주조·금형·소성가공·용접·열처리 등 원료를 소재로, 소재를 부품으로 전환시키는 일련의 기초 공정산업을 말한다. 스위스의 시계, 독일의 칼, 영국의 만년필 등 세계적인 명품은 모두 튼튼한 뿌리산업의 토대위에서 탄생하였고, 세계시장 점유율이 높은 자동차·조선·IT 등 국내 주력산업의 성공도 주조,금형, 열처리 등 뿌리산업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예를 들어 자동차 1대를 만드는데 뿌리산업이 접목된 부품비중은 전체의 90%에 이르며, 선박 1대당 용접비용은 전체 건조비용의 약 35%를 차지한다고 하니 뿌리산업이 제품의 품질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정부에서는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뿌리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제1차 뿌리산업 진흥 기본계획(2013~2017)’을 수립하는 등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지역의 뿌리산업 기반은 매우 열악한 형편이다. 도내 사업체수와 종사자수가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정도에 불과하고, 도내 뿌리기업 제품수급률(‘12년 기준)은 45%정도로 절반 이상을 타 지역에서 제품을 조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도내에 자동차·조선 등 우리도 전략산업 육성에 필수적인 금형, 용접, 도금과 같은 뿌리기업이 부족하여 관련기업 유치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우리도에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일강과 진흥주물과 같은 뿌리기업이 둥지를 튼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우리도는 뿌리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우리도 전략산업 경쟁력 향상의 디딤돌이 될 뿌리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뿌리산업진흥 및 육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우리도 뿌리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였으며, 융합형 뿌리산업 국가시범 단지로 반영(396천㎡)된 김제 지평선 산업단지에 녹색제조공정 Pilot Plant 센터가 최근 완공되어 본격적인 기업지원활동을 시작하였다.
또한, 영세한 뿌리기업들의 취약점으로 지적되어온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R&D 지원사업을 시행해 오고 있으며, 젊은 층의 뿌리기업 취업확대를 통해 뿌리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고자 뿌리기업 선취업자 대학등록금 지원과 뿌리기업 근무환경 개선사업을 매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뿌리기업 관련 기업지원 인프라를 바탕으로 ‘15년까지 도내에 30개의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뿌리기업을 유치하여 기업간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높여갈 계획이다.
앞으로도 우리도는 산학연관의 협력을 통해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뿌리산업 육성에 적극 앞장서 나갈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우리도 전략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풍성한 열매의 수확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해 본다.
전북도 전략산업국장 노홍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