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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寬容)의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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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寬容)의조건
  • 전민일보
  • 승인 2013.08.28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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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공화국 시절 대통령이 아프리카 몇 개 국가 순방에 나섰을 때 일이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대통령을 향해 의전(儀典)이 이뤄지고 국가(國歌)가 연주되었다. 그런데 그 국가는 대한민국 [애국가]가 아니었다. 아프리카에는 또 다른 [애국가]가 코리아를 대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연주한 것은 [아침은 빛나라]였다. 바로 또 다른 애국가로 불리는 북한 국가(國歌)다.
상상할 수 없는 외교적 결례지만 당시 아프리카에서 남북한이 가진 외교적 위치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 한편의 블랙코미디 역시 분단시대의 자화상으로 남게 될 것이다. 국가(國歌)에는 한 국가(國家)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있다. 일본의 [기미가요]에 대해 한국인이 가지는 거부감도 바로 거기에 연유한다. 침략의 역사가 녹아있지 않은가. 그럼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이고 잔인한 노랫말을 가진 국가(國歌)는 어느 나라의 것일까.
기대와는 달리 [아침은 빛나라]나 [기미가요]가 아니다. 그 음악은 뜻밖에도 친숙하다.
영화‘카사블랑카’에서도 울려퍼 진 ‘ 라 마 르 세 예 즈 (LaMarseillaise)’가 그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느꼈을 감동은 남겨두자. 하지만 그 노랫말이 주는 섬뜩함까지 없앨 수는 없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 당시에 만들어진 노랫말은 피와 잔혹함으로 가득하다.
차마 입에 담기조차 쉽지 않은 수준이다. 참으로 난감하다. ‘자유· 평등·박애’로 대표되는 혁명정신은 노랫말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거기엔 오직 적개심과 잔혹함에 물든 선동만이 가득하다.
똘레랑스(tolrance)의 프랑스는 바로‘혁명의 나라’이기도 했던 것이다.
여전히‘라 마르세예즈’를 부르는 그들이 관용(寬容)을 얘기하게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또 하나의 질문, 진정한 관용의 조건은 과연 무엇인가. 잠시 프랑스의 과거로 돌아가 보자.
프랑스 대혁명 당시 베르사이유로 몰려드는 군중 속에서 마지막까지 왕을 호위했던 것은 스위스 출신 근위병들이었다. 왕을 지키려던 그들은 목이 잘린다. 놀랍게도 그것을 실천한 것은 당시 생선 가게 여인들이었다. 생선처럼 잘려나간 그들의 목은 곧바로 깃대에 걸렸다.
혁명은 루이 16세(Louis ⅩⅥ)와 마리 앙트와네트(Marie Antoinette)도 단두대에 세운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어라’, ‘아들과의 근친상간’, 그리고‘사치와 탐욕’까지. 이 모든 것이 마리 앙트와네트에게 새겨진 주홍글씨였다. 잔인한 것은 지금까지도 그것을 믿고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왕과 왕비의 남겨진 아이들은 학대 속에 죽어갔다. 도대체 어디에 ‘똘레랑스’가 있단 말인가. 좀 더 가까운 시간영역으로 이동해보자.
나치(Nazi) 부역에 대한 심판의 표본으로 자주 등장하는 사진이 있다.
사진에는 머리를 삭발당한 채 ‘조리돌림’당하는 프랑스 여인들이 등장한다. 게 중에는 아이를 안은 여인도 있다. 독일군에게 성적(性的)으로 부역했다는 죄목이다.
이것은 과연 정의로운가. 만일 그렇다면 독일여군과 사랑을 나눈 프랑스 남자는 없어서 일까.
정의(正義)와 관용(寬容)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똘레랑스의 나라 프랑스에서 살육을 선동하는 노랫말을 가진 국가가 여전히 불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라 마르세예즈’와‘조리돌림’ 사진은 역사에 대한 존중과 잘못의 청산을 웅변한다.
더불어 묻는다. 과연 무엇이 정의인가. 그리고 관용은 어디에서 오는가.
1789년으로부터 200년이 지난 1989년 프랑스인들은 한 여인에 대한 재판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들은 이렇게 평결했다. “그녀는 무죄다.”그렇다면 마리앙트와네트를 단두대에 세운 혁명은 잘못된 것인가. 프랑스 혁명은 수많은 희생자를 낳았다. 그리고 그 위에 정의(正義)가 세워졌다.
관용(寬容)에는 전제(前提)가 있다. 바로 정의(正義)가 그것이다. 이제 생각해보자. 과연 우리는 정의로운가. 정의롭지 못하면서 관용을 얘기한다면 그것은 관용이 아니다

 

예산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장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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