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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권익보호위원회 활동사항
2014년 11월 칼럼 기고
icon 전민일보
icon 2014-11-10 14:30:02  |   icon 조회: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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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집중, 편식의 시대

김한수 전 삼천초 교장, 본보 독자권익위원

예로부터 편식은 금기로 여겨왔다. 내가 수없이 배웠고, 또 가르쳤고, 심지어 현장을 떠나기 직전까지 늘 입버릇처럼 훈화했던 내용도 바로 ‘편식하지 말자.’였을 정도다.

물론 내가 말하는 편식이 급식이나 밥상머리 교육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었다. 독서를 비롯한 모든 문화 전반에 이르기까지 무엇이든 흡습할 수 있는 아이들로 교육하고자 하는 내 나름의 교육관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교육지심은 부모에게도 마찬가지인지, 교육의 편식을 운운하며 자녀들을 여러 학원에 보내 다재다능한 팔방미인으로 기르려는 학부모들이 늘어났다.

특히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이 각광받으며 부터는 독자적인 한 지능을 계발시켜주는 것이 아닌 모든 영역의 지능 수준을 완벽하게 끌어올리려는 풍토가 유행처럼 번졌다. 아이들에게 그런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마치 부모의 능력이자 사명인 것처럼 변질된 것이다.

그 결과 지금의 학생들을 보면 대체로 무엇이든 무난하게 잘 해내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오히려 한 영역을 특별하게 잘하는 ‘영재’는 찾기 힘들어지기도 했다. 머리가 좋고 공부는 잘하지만, 한편으로는 판에 찍은 듯 개성 없고 지나치게 부모와 학원에 의존하는 아이들로 자라나고 있는 것 같아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개인’이 세상을 살아가는 주체가 되고, 그 개인의 ‘인권’이 권력처럼 창궐하는 이 시대에서, 편식을 금하는 옛 어른의 가르침은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 버린 것일까. 공동체보다는 개인이라는 존재로 요즈음을 살아가는 데는 오히려 선택과 집중이라는 편식이 더 요구되는 것으로 보인다.

젊은이들이 자주 쓰는 인권침해, 사생활침해라는 표현과 같은 맥락에서 보면, ‘편식금지’라는 금어 자체가 오히려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느낌이라고 할까.

하기야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무엇이든지 잘 먹으면 건강해진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게 되는 일들이 많다.

현대사회에 만연한 수많은 패악 중 박근혜 정부는 불량식품을 4대악 중 하나를 선정했다. 그만큼 먹거리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다. 유전자 조작, 방부제로 찌든 가공식품을 ‘싸고 많으니까’마트 카트에 싣는 시대는 갔다. 이미 우리 시대는 영양과잉이다. 무엇을 어떻게 먹을지 선택해서 올바르게 집중하는 능력이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스마트 컨슈머의 필수요소가 아닐까.

독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종류의 인류의 지적 유산이 책에 함축되어 있다고 하여 다독을 강조하던 때도 있었다. 오죽 당나라 시인 두보는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라고 하지 않았으랴. 물론 지금도 책을 통해 삶의 지혜를 얻고 미지의 세계를 간접 경험할 수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오히려 문제가 있는 쪽은 ‘다독’이 아니라 읽는 ‘책’쪽에 있는 것이다.

좋은 책을 많이 읽어 지식의 폭과 깊이가 넓어지기만 한다면 오죽 좋으련만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개인 출판의 붐이 불면서 서점가의 책의 수는 많아졌지만 작가의 수준이 일반화되며 오히려 불필요한 정보나 오류가 많은 내용을 담은 책 또한 많아지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잘못된 책의 선택으로 취하게 된 오개념은 또 다른 선택의 오류로 이어지지만 정작 오개념을 구성한 작가는 책임이 없다. 오개념의 확산과 지식의 오류는 오로지 독자만의 몫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무작정 읽기만 해서는 안 된다. 다독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잘 골라 읽되, 깊이 있고 전문화된 지식과 실체적 진실을 꼭꼭 씹어 읽어 내면에 지적유산을 함축시킬 수 있어야 한다. 다독이나 속독만이 아닌 숙독이, 다양하되 검증된 책을 바르게 선택하여 집중해서 읽는 지적 편식이 요구되는 시기다.

먹을 것도, 읽을 것도 넘쳐나는 그야말로 과잉의 시대다. 그러나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읽을지에 대한 고민은 더 복잡하고 어려워만 지고 있다. 적지만 믿고 받아들일 것은 풍부했던 시대에서 이젠 많지만 과대 포장된 허위의 것들이 섞여있는 시대로 변해가고 있다. 그 과도기 속에 있는 요즘 너무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 뿐만 아니라 가정교육도 바뀌어야 한다.

폭넓고 다양한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 있는 사람으로 길러내기 위해서는 먼저 ‘정말 좋은 것’을 찾을 수 있는 편식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편식으로부터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내게 맞는 맞춤정보를 찾을 수 있는 능력, 정보의 진위를 통해 지식을 옥석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올바른 편식교육, 이것이야말로 다음 세대에게 제시되어야 할 습관화 교육의 방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2014-11-10 14: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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