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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방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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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방학이다
  • 전민일보
  • 승인 2011.07.20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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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를 필두로, 중고등학교까지 방학을 했다. 방학! 이 얼마나 신나는 말인가! 우리들이 초,중,고등학교 다닐 때만해도, 오매불망 기다렸던 방학 아니었던가! 여름방학 하자마자 이리저리 쏘다니다, 새까매진 얼굴로, 개학하면 친구들을 만나곤 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러나 지금은 다 아득한 옛날이야기다. 머나먼 추억의 앨범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시대가 그러한 추억을 만들도록 허용하지 않는다.

지금 이 시대는, 방학을 하면 부모들에게 걱정거리가 하나 더 생긴다. 아이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하는 문제다. 여기저기 쏘다니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힘든 게 아니라, 어디에 보내서 조금 더 높은 점수를 따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로 말이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은 방학하는 것 보다, 애들이 학교 다니는 게 더 낫다고 하는 실정이다.

한국에서 자녀교육은 온 국민의 관심사다. 그러다 보니 소득이 줄어 생활비가 빠듯해도 교육비 지출은 줄지 않는다. 거기에다 사교육 열풍은 또한 어떤가? 경우 따라 다르긴 하지만, 너도 나도 사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뒤떨어질 것 같은 분위기 속에 살고 있지 않은가? 그러다 보니 부모들은 사교육에 허리가 휜다.

지난주 14일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펴낸 한국부자 연구: 자산형성과 투자행태, 라이프스타일이란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사회에서 부자로 분류할 수 있는 사람들의 한달 평균 소비지출은 832만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소위 부자라고 하는 이들의 지출 중, 25%( 약 210여원)가 교육비, 즉 사교육비로 쓰이는 거다. 과연, 이렇게 쓸 수 있는 가정이 얼마나 될까? 이러한 불균형이 소위 개천에서 용 나기 힘든 세상을 만들어 버린 거다.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우리 사회는 해야 한다. 그 하나의 일환으로 소위 대학들이 입학전형에서 지역균형선발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미국을 기회의 나라라고 한다. 지구상에서 불균형이 가장 극심한 나라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미국을 기회균등의 나라라 할까? 미국 명문대학 중, 버지니아 대학이 있다. 버클리 대학에 비견할 수 있는 명문대학이다. 주립대학이기에, 해당 주 내에서 입학생의 50%를 뽑아야 한다. 주의 재정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버지니아 주는 미국에서도 빈부격차가 심한 주 중 하나이다. 남부는 농촌지역으로 소득과 부모들의 학력이 높지 않은 편이지만, 북부는 워싱턴 DC가 있어 소득, 부모학력, 학생성적이 매우 높다. 그런데도 버지니아 대학은 정확하게 입학생비율을 북부에 50%, 남부에 50% 할당한다. 북부 학생들은 피 터지게 공부해서 높은 성적을 올려야 입학할 수 있다. 그러나 남부 학생들은 훨씬 낮은 성적으로 같은 대학에 진학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주민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이런 원칙이 당연할 뿐만 아니라 이것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어떻게 해서든 강남학생을 더 선발하고, 특목고 학생을 더 선발하려고 하는 한국의 현실과 너무도 다르지 않은가?

미국에는 우리나라수능시험에 해당하는 SAT가 있다. 여기서 1550점, 1450점, 1200점을 받고 예일대에 지원한 재미동포 자녀 3명이 있었다. 한국이라면 누가 합격자일까? 1,550점 아닐까? 그러나, 예일대는 1200점 받은 학생에게 입학을 허가했다. 어떻게 된 걸까. 알고 보니 다른 학생들의 가정은 이른바 중산층인데, 1200점 학생의 부모는 세탁소를 운영했다. 굉장히 바쁘고 자녀를 지도하기도 힘든 직업이다. 예일대는 이런 상황인데도 1200점을 받은 학생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미국 대학에서는 지원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했다면, ‘다른 학생들보다 절반밖에 공부를 못해도 이 정도의 성적을 거뒀네’라며 가산점을 준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힘든 상황 가운데서 열심히 학업에 노력했다는 것을 인정해주는 거다. 이게 바로 미국 대학이 말하는 형평성이다. 이게 바로 미국이 말하는 기회균등이다.

우리 사회가 진정 인간사는 사회를 이루기 원한다면, 소위 개천에서도 용이 나는 사회를 만들어야한다. 그러기 위해선 아무리 방학 같지 않은 방학이지만, 우리 학생들도 이 방학을 맞아, 열심히 공부도 하고, 책도 열심히 읽고, 생각의 힘도 열심히 키워 이 사회를 이끌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여러분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기회 아닌가?

우리 부모 된 자들 또한 마찬가지다. 그저 현실이라는 미명 가운데 주변과만 맞추려고 애쓰지 말고 진정 이 사회를 올바르게 이끌어갈 수 있는 자녀들을 만들려고 애써야 한다. 왜 자녀들에게 교육의 위기가 생기는가? 우리 부모들 탓이다. 우리들이 자녀들 교육 시켜본 적 있는가? 학교 가라는 말이 우리 교육의 고작 아니었던가? 학교 가는 게 교육의 모든 것이었고, 사교육 시켜주는 게 교육의 모든 것이라는 생각 속에서 어찌 창의적이고 책임감 있는 자녀가 길러지고, 어떻게 이런 사회가 이루어지겠는가!

교육은 부모가 시키는 거다. 배운 부모인가, 못 배운 부모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교육에 대한 생각이 있는가 없는가가 중요하다.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우리 부모된 자들부터 자녀교육에 올바른 생각을 갖자. 우리 자녀들을 진정 생각의 힘이 있는 자녀들로 키우기를 힘쓰자. 주위를 초토화 시키고 혼자 우뚝 서는 자녀보다는 주위를 세워는 가운데 그러한 능력을 인정받고 주위로부터 감사를 받는 자녀들로 키워가자. 이것이 사람 사는 사회가 아니겠는가?

남  상  훈 (국민생활안보 전북협의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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