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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인들의 산공부를 문화자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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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인들의 산공부를 문화자원으로
  • 전민일보
  • 승인 2011.06.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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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수 뚫는 위봉폭포 등을 활용, 득음의 향기로

바야흐로  소리꾼들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7월부터 8월까지 ‘산공부’를 통해 맑은 공기와 자연과 호흡하며 그동안 못다 한 소리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계획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동쪽으로는 눈을 들면 험준한 지리산을 포함, 덕유산, 모악산, 내장산, 대둔산, 마이산, 선운산, 강천산, 장안산 등을 끼고 있으며, 노령산맥에서 시작, 서쪽으로 흐르는 만경강과 동진강, 진안고원에서 발원해 남쪽으로 흐르는 섬진강, 소백산맥의 남서부 줄기에 자리잡은 장수군에서 발원 북쪽으로 흐르는 금강 등 천혜의 자연을 간직하고 있는 전북. 
 
이들 산과 골짜기에서 잇따라 이뤄지는 ‘산공부’는 이제,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매김을 하면서 연례행사처럼 소중한 땀의 결실을 이뤄내는 필수 코스가 되고 있다. 

과거엔 학습 10년, ‘독공(獨功)’ 10년, 유람 10년 등 30년의 세월을 투자해야 비로소 한명의 명창이 거목으로 성장한다는 말이 있기도. 이에 따라 소리꾼들에게는 1년 농사를 좌우할 정도로 가장 값진 시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많은 국악인들이 ‘산공부’를 위해 무조건 지리산 자락으로 파고들거나, 또는 완주의 위봉폭포, 남원의 구룡폭포 등 유명 폭포를 찾던 예전의 양상과는 달리해서 이뤄진다는 게 가장 달라진 양상이다.
 
조선조 비가비 명창 권삼득이 구룡폭포의 물소리를 벗삼아 목에서 피가 넘어오도록 소리 공부에 초지일관했다는 얘기가 시간의 흐름 속에 자신만의 수련원과 전수관 등으로 장소를 달리한 채 이뤄지고 있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자연의 아늑함은 여전히 건재한 채 소리꾼들을 부르고 세상만사 질곡에서 벗어나라고 유혹의 손길을 길게 뻗친다. 
 
‘오직 강가에서 불어오는 맑은 바람과 산간의 밝은 달은 귀로 들으면 소리가 되고 눈으로 빛깔을 이루어 취하여도 금하는 사람 없고, 써도 다함이 없다’는 소동파의 ‘적벽부’를 떠올리며, 이의 한 대목을 목청껏 소리 내어 부를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터.
 
조소녀명창은 고창군 아산면 대기마을의 조소녀판소리연구원에서, 이일주명창은 완주군 동상면 수만리 지향동 난석판소리전수관에서 산공부를 계획하고 있으며, 전인삼 명창은 장수군 번암면 성암마을에서, 유영애 명창 역시 번암면에서 독공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일주명창의 경우, 위봉폭포를 곁에 두고서 매년 산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권삼득명창이 높이 60여m의 기나긴 물줄기가 2단으로 나누어 있는 위봉폭포에서 소리 공부에 정진, 내로라는 소리꾼이 됐다는 지난 일을 잊지 못해서다. 
 
위봉산성의 동문 쪽에 위치, 폭포 주변의 기암괴석과 울창한 숲이 빼어난 경관을 이루며, 가까운 곳에는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맞아 치열한 전투를 벌인 것을 기념하는 웅치전적지(전라북도기념물 제25호)와 종남산 기슭에 송광사가 있고, 하류에는 동상저수지, 대아저수지, 화심온천, 화심두부집이 있어 볼거리, 먹걸리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산공부의 명소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전인삼명창은 장수군 번암면 성암마을 성암리 봉화산 자락에 위치한 자신의 수련원에서 대학원생들과 함께 산공부를 시작한다. 
 
성암마을은 깊은 산중도 아닌데 인접 마을과 완전히 동떨어져 접근이 쉽지 않은 오지다. 해발 500m의 오염되지 않은 마을 자체가 최고의 상품. 농림부 지정 녹색농촌체험마을, 문광부지정 역사마을 만들기로 선정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여러 농가(20개의 방)가 참여하는 팜스테이 마을로 백용성 생가 등의 볼거리와 마을정자 체험, 밤하늘의 별자리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현실인 만큼 더욱 더 친근감이 가는 장소다. 
 
행정 당국과 관광 회사들이 세계무형유산으로 등록된 판소리와 ‘산공부’를 일반인들의 휴가 일정과 맞추게 하는 등 문화관광상품으로 개발하려는 의지가 요구되고 있는 현실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는 대목이다. 
 
완주군의 권삼득 묘역과 위봉폭포를 잇는 산공부 프로그램을 포함, 부안의 이중선의 묘와 직소폭포의 어울림, 고창의 동리국악당과 고창판소리박물관, 신재효 고택, 진채선 생가터, 김소희 생가 등과 방장산 계곡과의 만남, 순창의 김세종 생가와 회문산의 조우, 남원의 국립민속국악원과 춘향문화예술회관, 송홍록&박초월 생가, 남원좌도농악전수관과 둘레길을 연결, 구룡폭포 등 지리산 일대에서 이어지는 여름 한철의 ‘산공부 투어’를 개발한다면 좋을 터. 옛집이 갖고 있는 역사적 유래를 익히는 것이 무엇보다도 현실 가능하고, 일반인들이 판소리와 손쉽게 친해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가칭)산공부 페스티벌’을 전주세계소리축제 기간에 앞서 동시다발적으로, 또는 일정에 따라 펼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폭포수 밑에서 누가누가 목소리가 더 큰가를 경연하며, 폭포수 밑에서 더 오래 버티기 시합 등 결국, 의미 있는 여름휴가가 가능하며 자연보호 활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꼭 산공부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소리꾼들의 정진하고 있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아침이면 물안개에 젖어 숲길을 거닐고, 한밤엔 모깃불 피우고 별빛에 젖어 볼 수 있는 등 전통과 현대,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운 만남은 각종 다양한 문화 체험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인삼명창(전남대 국악학과 교수)은 “기암절벽과 울창한 수풀이 잘 어우러진 장수 성암마을은 소리 공부를 하는데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소리의 정진을 위해 심산유곡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여름의 산공부는 정서적으로도 효과가 아주 크다”고 말했다. 

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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