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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으로 채우는 한가위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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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으로 채우는 한가위만 같아라
  • 전민일보
  • 승인 2010.09.24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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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어느 해보다 긴 추석 한가위가 훌쩍 지나가버렸다. 힘든 귀향길이었어도 포근한 고향의 정을 떠올리며 천리 고향 길도 머다 하지 않고 달려온 자녀들은 부모님, 일가친지들과 모처럼 마주 앉아 풍성한 명절 음식을 나누며 못다 한 이야기꽃을 피웠으리라 생각된다.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는 말처럼 추석은 예로부터 일년 중 가장 풍요롭고 인심이 넉넉한 때이다. 음력 8월이면 무더위가 물러가고 여름내 땀 흘려 키운 오곡백과는 수확의 기쁨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추석이 가을걷이보다 조금 이르긴 했지만 넉넉함이 넘친다. 다시 집으로, 직장으로 돌아가는 자녀들의 두 손에 부모님이 한 꾸러미 들려준 땀의 결실에서도 뿌듯한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추석은 삼국시대부터 1천년이 넘게 이어져 온 명절로 현재까지도 설과 함께 민족 최고의 명절로 꼽혀왔다. 농경사회였던 우리문화에서 풍요로운 수확을 안겨 준 하늘에 감사드리는 감사제의 성격을 띤 것이 추석의 원형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같은 문화권이라 할 만한 중국과 일본에서는 우리만큼 추석을 크게 쇠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추석이 설과 더불어 민족 최대 명절로 자리 잡게 된 것은 나눔의 미덕을 소중히 하던 우리 민 족 고유의 ‘정(情)’문화가 더 큰 힘을 발휘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도 이르게 된다.
  올 명절 선물에서 시대상황을 엿볼 수 있듯 올 추석에는 전자상품권이 많이 팔렸다고 한다. 이제는 농경사회를 완전히 벗어나 21세기 한복판에 살고 있으니 추석 풍경이 변하는 것은 당연지사일 게다.
하지만, 우리네 삶에 있어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은 게 있다. 아니,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나눔과 배려의 문화이다. 어려움도, 기쁨도 이웃과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체 의식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최대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전통문화의 도시 전주는 이웃사랑에 대한 관심과 열의도 매우 높아 전체 시민 가운데 25%이상이 자원봉사에 한번이라도 참여했을 정도다. 비빔밥의 도시답게 이웃의 어려움에 처할 때 외면하지 않고 자기 일처럼 부족하면 보태고 골고루 비벼내서 함께 어울리고, 또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하는 인정 넘치는 고장이기 때문이리라. 그래서인지 올해 한가위에는 남을 배려하고 넉넉함을 함께 나누는 이들을 곳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던 추석도 어렵고 쓸쓸히 보냈을 이웃들이 있었을 게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으로 인해 명절에도 고향을 찾지 못했을 청년들, 서민경제의 몰락으로 대목을 맛보지 못한 소상공인들, 가족의 해체로 힘겹게 홀로 명절을 보냈을 독거노인들, 또 산 설고 물 설은 이국(異國)에서 가족 생각에 몰래 눈물지었을 이주여성…. 나눔 문화의 쇠락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지만 꼭 명절이 아니더라도 우리에게는 늘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야할 이웃이 너무 많다.
각박한 세상살이에 제 가족 챙기기에도 어려운 때이나 유독 우리 문화에서만 추석이 큰 명절로 치러지는 이유, 조상들이 우리에게 이런 명절을 전해 준 이유는 바로 나눔과 배려 때문이 아닐까. 

송하진 / 전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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