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고시가 1963년 행정고시와 사법고시 등으로 나뉘면서 지금의 공무원 채용 구조가 굳어졌으나 전문성을 지닌 외부 전문가에게 문호를 열어주는 개방형 체제로 일대 혁신이 시작된 것이다. 그래서 ‘고시 몇 기’ 등으로 기수를 중심으로 서열화 돼 경직된 고위공직의 문화를 바꾸기 위해 행정고시라는 명칭이 사라진다. 현재 채용 방식으로는 다양한 시각과 경험을 가진 전문가를 확보하기가 어렵고, 이는 결국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행정고시는 사법시험, 외무고시와 함께 고위 공무원이 되겠다는 청운의 꿈을 품은 젊은이라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필수 관문이었다. 지난해 기준 고시 출신이 고위공무원단의 70.6%, 3급 과장급에서는 57.9%를 차지할 정도로 공직 사회의 상위직급은 행시 출신 위주로 채워졌다. 또한 행시라는 이름은 7, 9급 공무원 채용 시험과 달리. 5급 선발 시험에만 별도로 사용돼 공직사회 내 특정 집단을 형성하게 하는 권위적 의미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행정고시라는 이름이 없어지면서 기존 ‘고시출신’이 불만을 가질 수 있고 민간인 특채 출신과 공채 시험 출신 간 조직 화합 문제도 숙제로 등장할 것이다. 이 제도가 정착하려면 우선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된 선발 방식이 마련돼야 한다. 오랜 기간 객관성과 공정성이 검증된 필기시험을 포기하는 것인 만큼 서류전형과 면접 과정에 개인적 주관이 앞서거나 일말의 비리가 개입할 여지가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두가 납득할 만한 엄격하고도 투명한 기준과 절차의 마련은 새 제도의 성공 여부를 가를 최대 변수이다. 민간 전문가를 뽑는다면서 변호사 회계사 의사 등 특정 자격 소지자만 선호하는 편식 현상도 경계의 대상이다. 새 공무원 채용제 부작용 예방이 선 결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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