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09 00:02 (목)
탐사보도가 필요한 이유
상태바
탐사보도가 필요한 이유
  • 전민일보
  • 승인 2010.06.18 08: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명한 워터게이트사건을 소재로 한 미국 영화 ‘대통령의 사람들(All the President`s Men)’은, 한때 국내에서 상영금지작이었다. 워싱턴 포스트지 기자인 칼 번스타인(Carl Bernstein)과 밥 우드워드(Bob Woodward) 기자가 어느 날 우연히 절도 사건에 엄청난 정치적인 음모가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절도사건은 그 유명한 워터게이트사건으로 비화되고, 현직 대통령이던 닉슨이 사임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언론의 탐사보도를 이야기할 때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는 사건이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일상적으로 연성뉴스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은 우리네 지방일간지 기자들로서는 영화의 한 장면이나 꿈처럼 여겨지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취재인력은 적고 매일같이 지면을 채울 다양한 기사거리를 소화하기도 벅찬 판에, 탐사보도라니 어찌 이리 욕심을 부리자는 것인고 하는 타박을 받을 만도 하다. 지금 언론환경은 매체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기조차 버거운 현실 일진저, 어느 세월에 의혹을 파헤치고 뒤집어가며 탐사보도에 매달릴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당연하다.
 허나, 돌이켜 보자. 우리네 지방일간지는 엄연히 신문 저널리즘의 패러다임 속에 존재하고 있으며, 신문 저널리즘은 전체적으로 위기상황에 있다. 한동안 신문의 고유 영역처럼 여겨지던 언론 환경은, 방송과 인터넷 미디어 등의 영상 매체가 가세하면서 본격적인 경쟁시대로 바뀌었다. 언론 환경에서의 신문의 입지는 그만큼 급속하게 약화되어 왔다. 게다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신문저널리즘에 신뢰보다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출처가 불명확한 익명 보도, 보도태도의 편파성, 자사 이기주의, 기득권층 대변 문제 등이 주된 이유라 하겠다.
 이런 상황에서 불신에 싸여 있는 신문 저널리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로, 탐사보도는 역설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역사 속에 묻힌 인권 유린의 사례를 고발하고, 고질적인 비리를 파헤치거나 환경파괴의 현실과 그 이면에 숨은 추악한 진실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이, 바로 탐사보도의 성과물이다.
 탐사보도는 심층적 이슈를 대상으로 한다. 그래서 어떤 이슈를 발굴해내느냐가 관건이다. 사건 보도는 신속성이 특종과 낙종의 기준이지만, 탐사보도는 이슈 발굴 성과가 특종을 결정짓는다. 신문이 신속성 면에서 다른 매체와 경쟁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그렇다면 신문이 속보 경쟁력에서 밀리는 한계를 벗어나 다른 매체, 다른 언론사에 대한 경쟁력을 향상시킬 방도는 이슈의 차별화가 아닌가? 그 대안이 될 탐사보도는, 독자에게 신뢰를 쌓는 것은 물론 언론으로서 무시 못할 경쟁력과 의제 설정의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탐사보도를 통해, 독자 역시 우리 사회의 제반 문제점을 보다 심층적으로 인식하고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신문을 읽는 독자들에게 사회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고, 나아가 스스로의 권리를 찾아갈 가능성을 열어 준다는 의미도 있다.
 탐사보도는 지방 신문과 주민이 함께 지역 문제 해결을 통해 주체 의식을 형성해 가는 길이기도 하다. 중앙과 지역 간의 격차가 갈수록 깊어지는 오늘날, 지역적 정체성과 지역 내부 결집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신문의 역할에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 과거 탐사보도가 지역 언론에서 다루어져서 중앙 언론에까지 영향을 미친 바가 적지 않다.
 국내 유수의 중앙일간지들은, 신문 저널리즘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로 탐사 보도를 강화해 온 것이 몇 년 전 부터다. 물론 지방 신문들도 이를 외면하지는 않았다. 허나 많은 지방신문이 자사의 생존문제에 급급하는 사이, 탐사보도라는 좋은 무기를 활용하려는 기자들의 정열은 점점 쇠약해져 가는 기미다. 다시 힘주어 말하자. 지금 신문의 환경이 어렵긴 하지만, 탐사보도의 여건은 과거에도 오늘날보다 결코 좋지는 않았다. 미국의 저명한 탐사보도 기자 시모어 허시(Seymour Hersh)는 “탐사보도는 오히려 여건이 나쁠 때 가장 크게 필요로 한다”고 했다.
 인터넷은 언론사의 기득권처럼 여겨지던 취재의 벽을 허물었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해 우리 사회 거의 모든 업무가 컴퓨터에 의해 즉각 처리되고 있다. 유력 언론사와 군소매체, 또는 개인 블로거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똑같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탐사보도는 신문에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다. 기자들이 매일매일 기사거리를 대는 데에 급급하는 사이, 어쩌면 이 무기 또한 많고도 다양한 다른 매체에 주도권을 빼앗길지 모른다. 

(독자권익위원, 전북의정연구소 주간 金壽墩)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기미잡티레이저 대신 집에서 장희빈미안법으로 얼굴 잡티제거?
  • 군산 나포중 총동창회 화합 한마당 체육대회 성황
  • 대한행정사회, 유사직역 통폐합주장에 반박 성명 발표
  • 이수민, 군산새만금국제마라톤 여자부 풀코스 3연패 도전
  • 만원의 행복! 전북투어버스 타고 누려요
  • 전주국제영화제 ‘전주포럼 2024: 생존을 넘어 번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