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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균형발전 파기 한 세종시 수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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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균형발전 파기 한 세종시 수정안
  • 전민일보
  • 승인 2010.01.1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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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확정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세종시를 2020년까지 인구 50만의 ‘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9부2처2청의 행정부처 이전을 백지화하고, 삼성ㆍ한화ㆍ롯데ㆍ웅진 등 대기업과 고려대ㆍ카이스트 등 교육기관, 과학비즈니스벨트 등을 유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예상했던 대로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위한 방안은 없고 세종시에 동원 가능한 온갖 특혜를 쏟아 부었다. 장기적으로 국가 균형발전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들이다. 게다가 수정안 자체가 근거 없이 효과를 부풀린 것들이 많아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수정안으로 하면 글로벌 투자유치로 1만9000여명의 고용을 창출할 것이란 대목도 무책임한 주장이다. 정운찬 총리는 “잘못을 바로잡는 일”이라고 했지만, 실제론 우리 사회의 대립과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세종시 원안은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담고 있다. 목적달성의 효율성을 위해 ‘행정을 중심으로 하는 복합도시’가 선택됐다. 이것이 세종시의 정체성이다. 그런데 세종시 수정안에는 세종시 건설의 근원적 취지인 ‘국토균형발전’이 완전히 무시됐다. 균형발전의 핵심인 수도권과 지방 간 불평등 해소에 대한 정책적 고려나 구체적 계획이 없다. 2005년 여ㆍ야 합의로 통과된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특별법을 사문화 시킨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실정법을 어긴 것이다.
  벌써 수정안의 부작용은 가시화하고 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이 수정안에 대해 전면전을 선포하고 결사 저지를 다짐하고 있다. 한나라당 내부의 ‘친이’, ‘친박’ 대결도 타협점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날카로워지고 있다.
  무엇보다 ‘퍼주기’식의 기업ㆍ학교 유치를 위해 정부가 제시한 내용은 지원책이라기 보다 특혜다. 정부가 세종시에 입주하는 기업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다른 지방 도시로 이전하려던 기업이 세종시로 몰리는 ‘불랙홀’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이다.
  실제 CJ그룹이 세종시에 식품 클러스터 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효성ㆍLG그룹 등도 투자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은 땅값과 세제지원 등의 조건이 파격적인 데다 산ㆍ학ㆍ연 연계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조성되는 게 기업 운영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혜도 어지간해야지, 이건 비상식적, 비경제적, 비합리적이다. 국민의 주머니를 쥐어짜서 기업에 몰아주라는 것인데, 이는 ‘가렴주구’ 정책이라고 본다. 왜, 국민의 혈세로 땅을 사주고, 세금을 면제해 주는지 모르겠다. 삼성에 세금을 면제해주려거든, 소상공인들 창업에 특혜를 줘야 한다.
  땅값ㆍ세금 등 각종 특혜는 도시정책의 근간을 뒤흔들기에 충분하다. 조성원가에 턱없이 못미치는 값으로 원형지 개발권을 주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로 인한 주택토지공사의 손실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떠넘겨질 것이다.
  경제란 국민을 위해서 있다. 경제지표를 위해서 국민이 있는 게 아니다. 경제지표 끌어올리자고 국민들 주머니를 위협하는 정책은 올바른 정책이 아니다.  
  기업들의 세종시 투자가 이어질 경우 지방에서 추진중이던 기업ㆍ혁신도시 및 각종 산업단지 등은 피해가 커질 것이다. 특히 혁신도시와 새만금, 국가식품클러스터 조성이 타격 대상이다.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분야는 국내에서 독보적 위치를 굳힌 전북도의 태양광 산업이다. 세종시로 입주할 대기업들이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신재생에너지에 집중 투자할 계회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와와 웅진그룹도 태양광 산업에 집중 투자키로 결정, 전북도의 ‘태양광 아성’이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
  정부는 세종시 문제와 수정안을 이성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차분히 지켜보고 그야말로 섬김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훗날 역사가 세종시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모두가 두려워한다면 해결책이 왜 없겠는가. 만약 세종시 수정안을 그대로 밀어붙인다면 감정적인 대치가 커져 국론분열만 키울 뿐이다. 이로 인한 국가적 에너지의 낭비는 불을 보듯 뻔하다. 세종시 문제의 원인과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금 찬찬히 생각해 봐야 한다. 

신영규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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