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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면 생각나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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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면 생각나는 노래
  • 전민일보
  • 승인 2009.12.24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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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해가 가고 있다. 20~30대만 해도 나이 한 살이라도 더 올리려고 친구들을 속이기
까지 했는데 지금은 나이 한 살 더 먹는 것이 왜 이리 죄스럽고 원만스러운지 모르겠다.
해 놓은 일도 없는데 얼굴에 주름은 늘어가고 나이는 결국 ~순자꼬리를 달았다. 그래서
누가 나이 젊게 보인다는 멘트를 날리면 낯꽃이 펴지고 고맙기까지 한다.
어느 때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스스로 위안을 받기도 하지만 사실 생활의 범주가 좁아지는 것은 속일 수가 없다. 그래서 12월이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그 노래가 한 때는 애창곡이기도 했다.
 어느 날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모 대학 교수한테서 전화가 왔다. 대구에서 세미나를 마치고 방송학회 사람들과 노래방에 왔는데 언젠가 백형이 불렀던 노래 제목이 생각나지 않아서 전화했다는 것이다. 내가 불렀던 그 노래가 너무나 마음에 와 닿아서 일부러 배웠는데, 막상 부르려고 하니까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노래가 바로 12월이면 생각나는 노래, 현진우라는 가수가 부른 ‘빈손’이다. 현진우는 목포출신으로 얼굴도 잘 생기고 예절도 바르고 노래도 잘 하는 장래가 유망한 가수인데, 요즘에도 무대 위에서 두 손을 불끈 쥐고 힘 있게 ‘빈손’을 부르는 모습을 자주 본다. 내가 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가사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돌아갈 때는 빈손인 것, 웃으며 신나게 살다가 구름처럼 가자”는 내용의 노래이다. 어쩜 허무주의적인 노래 같기도 하지만 인생을 즐겁게 살자는 쾌락주의자나 낭만주의자들이 좋아할 법한 노래이다.
       ♬검은 머리 하늘 닿는 아 잘난 사람아 이 넓은 세상 보이지 않더냐
         검은 머리 땅을 닿는 아 못난 사람아 저 높은 하늘 보이지 않터냐
         있다고 잘나고 없다고 못나도 돌아갈 땐 빈손인 것을
         호탕하게 원 없이 웃다가 으라차차 세월을 넘기며 구름 따라 흘러들 가게나♬   
마치 피안의 세계에서 인생살이를 다 내다보는 예지예능의 신이나 산속에서 내려온 도사가 주는 가르침 같은 노래이다.

 얼마 전에 뇌물수수로 조사를 받으러 가던 시장이 목매어 자살한 일이 있었다. 그 전에는 두산그룹의 회장까지 한 분이 자살했고, 그 전에는 현대아산 회장이 빌딩에서 투신하여 생을 마감한 일도 있다. 정말 예쁘고 잘 나가던 대중스타들도 어떤 사연이 있는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도 있다. 전직 대통령이 투신했을 때는 온 국민이 공황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참으로 안타깝고 허무한 일이다. 그래서 가수 최희준은 인생을 잠깐 머물다 가는 ‘하숙생’이라고 했고 남진은 ‘빈지게’ 같다고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인생은 나그네요 미완성이라고 노래한 가수들도 있다. 분명한 것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간 다는 것이다.

 ‘빈손’을 내가 처음 들었을 때는 늦가을이었다. 낙엽이 딩굴고 따뜻한 햇살이 그리워지는 때였다. 현진우의 매니저이자 작사가인 박 웅 씨가 이 곡을 들고 찾아 왔다.
음악실에서 노래를 모니터하는 순간 나는 다른 곡들과는 색다른 데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대부분 대중가요가 사랑타령이나 이별이 어떻고 아픔이 어쨌다는 신세타령이 많은데, 이 노래는 그렇지가 않았다. 강한 펀치를 맞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이 곡의 가사는 원래 중국의 고사에서 나온 것인데, 박 씨가 우리말로 번역했다는 것이었다.
그 후 초등학교 송년모임을 앞두고 어떤 노래를 부를까 고민할 때가 있었다. 만날 때마다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뚜렷해지는 ~순자 달은 친구들.. 문득 ‘빈손’이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시기적으로도 맞고 박자에 맞춰 노래하기도 좋고, 더 좋은 것은 신곡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2~3일 만에 노래를 배워 이 노래를 불렀다. 그 날 친구들은 많은 술을 마셨고, 덕분에 인생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인생 뭐 있어!” “걱정 마!” “즐겁게 살면 돼!” 라고 외치면서 수차례 술잔을 부딪쳤다. 있다고 잘나고 없다고 못나도 돌아갈 때는 빈손인 것, 호탕하게 원 없이 웃다가 으라차차 세월을 넘기며 구름처럼 흘러들 가자고...      

백봉기 / 전북예총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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