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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칼럼] 대한방직 부지 개발, 전주시는 '원칙'만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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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칼럼] 대한방직 부지 개발, 전주시는 '원칙'만 지켜라
  • 전민일보
  • 승인 2026.08.3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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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사업이 또다시 외나무다리에 섰다. 10년 가까이 표류하던 사업이 지난해 사업계획 승인을 받으며 탄력을 받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시행사가 기존 약속을 뒤집겠다고 나선 것이다.

당초 시행사 자광은 470m 높이의 관광전망타워와 호텔, 복합쇼핑몰, 아파트 등을 추진하며 "아파트와 타워를 동시 착공해 동시 준공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최근 기술적 어려움과 분양 여건 등을 이유로 '아파트 우선 준공, 타워·상업시설 단계적 추진'으로 방침을 바꿔 전주시에 요구하고 있다. 전주시민 입장에선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물론 대형 개발사업의 특성상 시장 상황과 금융 여건, 시공 기술에 따라 계획 일부가 수정될 수는 있다. 사업자가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할 때, 행정이 이를 면밀히 검토하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업자의 사정과 시민과의 약속은 엄연히 별개의 문제다.
대한방직 부지는 단순한 민간 개발 현장이 아니다. 오랜 기간 방치되었던 전주의 핵심 노란자위 땅이자, 파격적인 용도 변경과 행정적 특혜 논란 속에서 어렵사리 첫발을 뗀 곳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시민들이 기대했던 것은 단순히 고층 아파트 수천 세대가 들어서는 주택사업이 아니었다. 전주의 미래를 바꿀 랜드마크와 관광·상업 인프라 구축, 그리고 확실한 공공기여를 통한 도시 가치의 재창조였다.

그런데 사업 여건이 악화했다는 이유로 수익성이 보장된 아파트부터 먼저 짓고, 핵심 랜드마크는 뒤로 미루겠다면 시민들이 품었던 기대를 저버리는 꼴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약속 파기'의 물꼬를 터주면, 향후 또 다른 변경 요구가 이어져도 제지할 명분을 잃는다는 점이다.
전주시는 올해 초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을 장기 현안사업의 정상화 대상으로 꼽으며 속도감 있는 착공을 약속했다. 이제 공은 전주시로 넘어왔다.

전주시가 사업자를 일방적으로 압박해 사업을 무산시키라는 뜻이 아니다. 반대로 사업자의 요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전주시에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 협약과 행정절차에 명시된 '원칙'을 철저히 사수하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협약의 핵심 내용과 약속 변경이 시민에게 가져올 손익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변경을 검토하더라도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와 정당한 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대한방직 개발사업은 이미 10년의 세월을 허비했다. 시민들은 숱하게 바뀐 청사진을 지켜보며 충분히 기다렸다. 이제 전주시가 보여줘야 할 것은 화려한 또 하나의 청사진이 아니라, 눈앞의 이익과 압박에 흔들리지 않는 '행정의 원칙'이다.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된다면 시민들도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러나 사업자의 경영상 난관을 이유로 시민과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바꿀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 전주시는 사업자에 끌려다니는 수동적 행정이 아니라, 오직 시민만을 바라보는 주도적 행정을 펼쳐야 한다.

대한방직 개발의 성패는 아파트 세대수가 아니라, 전주의 미래를 위해 어떤 가치를 선택하고 시민과의 약속을 얼마나 엄격하게 지켜내느냐에 달려 있다.
10년을 참아온 시민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한 번의 수사(修辭)가 아니다. 원칙을 사수하는 전주시의 당당한 결단이다.
박종덕 전민일보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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