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를 대표하는 관광지는 단연 한옥마을이다. 한옥마을을 제외하면 전국의 관광객을 끌어들일 만한 이렇다 할 관광 자원은 사실상 부족하다.
덕진공원과 전라감영, 완산 꽃동산이 있지만, 이들만으로는 한옥마을에 버금가는 관광객을 유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덕진공원은 최근 리모델링 과정에서 기존의 정취와 모습이 크게 달라지면서 이에 실망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결국 전주의 관광 수요는 여전히 한옥마을에 집중돼 있다.
이제는 한옥마을과 연계하면서도 전주만의 매력을 보여줄 또 하나의 관광 축을 만들어야 할 때다.
그 해답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전주천과 삼천이 만나는 팔복동 추천대 일원이다. 전주천과 삼천은 전주를 상징하는 두 물줄기로 이곳에서 합류해 만경강으로 흘러간다. 말없이 흐르는 물길과 천변을 어떻게 가꾸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도시의 미관을 살리고 새로운 관광 자원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두 하천이 합류하는 이곳은 전주 도심에서 보기 드물게 수면이 넓고 시야가 탁 트인 공간이다. 물과 역사,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입지임에도 아직 그 가치가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전주시는 이곳을 단순한 하천 합류지가 아니라 물길을 활용한 미래 관광의 핵심 거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우선 합수부에서 서곡교까지 수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친수공간을 조성해야 한다.
수심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시설을 검토하고, 생태환경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수면을 확보한다면 도심 속 호수와 같은 수변 경관을 만들 수 있다. 잔잔하게 흐르는 물과 넓은 수면 자체가 시민과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확보된 수면에는 전주만의 특색을 살린 수상관광 콘텐츠를 도입해야 한다. 단순한 유람선이 아니라 전주의 정체성을 담은 ‘전주 물길 여행’을 만들어야 한다. 한옥의 곡선미를 형상화한 전통 선박이나 야간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소형 유람선을 운항한다면 새로운 관광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물 위에서 바라보는 전주의 풍경은 육지에서 보는 것과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요소는 야간관광이다. 추천대 일대에 경관조명을 설치하고 수면과 주변 공간을 활용해 음악분수와 미디어파사드, 레이저 쇼 등을 연출한다면 밤에도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만들 수 있다. 추천대의 절벽과 수면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공연도 검토할 만하다. 전주의 역사와 후백제 이야기, 한지와 판소리, 경기전과 풍남문 등을 소재로 한 영상 콘텐츠를 운영한다면 문화도시 전주의 정체성도 살릴 수 있다. 물과 빛, 음악이 어우러지는 야간 콘텐츠는 전주의 새로운 관광 브랜드가 될 수 있다.
합수부 둔치는 대규모 꽃정원과 수변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 봄에는 유채꽃과 튤립, 여름에는 수국과 연꽃, 가을에는 코스모스와 핑크뮬리 등 계절에 맞는 꽃을 심어 사계절 다른 풍경을 보여주도록 해야 한다.
단순한 꽃밭에 그치지 않고 전망대와 포토존, 휴식 공간을 갖춘 체류형 수변 관광지로 만들어야 한다.
합수부 주변을 체계적으로 개발하면 식당과 카페, 문화공간 등 관련 시설도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다. 해질녘 수변 풍경과 야경을 바라보며 식사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은 전주 관광의 새로운 매력이 될 것이다. 아울러 추천대의 역사성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조선시대 선비 문화와 풍류 정신을 되살린 시조창 공연과 백일장, 전통 음악회, 선상 공연 등을 개최한다면 전주의 문화적 정체성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다. 이와 함께 수상 무대에서 펼쳐지는 판소리와 국악 공연은 물과 문화를 결합한 차별화된 관광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수변 카페와 전망대, 쉼터를 적절히 배치한다면 관광객뿐 아니라 시민들도 일상적으로 찾는 수변 휴식 공간이 될 수 있다. 배를 타고 물길을 둘러보고, 천변을 걷고, 수변에서 공연과 야경을 즐기는 복합 관광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세계적인 관광 도시들은 강과 운하를 도시의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파리의 센강, 런던의 템스강, 오사카의 도톤보리도 물길을 문화와 관광으로 확장해 도시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중요한 것은 물 자체가 아니라 물을 어떻게 관광 콘텐츠와 도시 공간으로 연결하느냐에 있다.
이제 전주도 달라져야 한다. 관광객을 한옥마을에만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 한옥마을에서 전주천을 따라 걷고, 추천대 합수부에서 배를 타고 물길을 둘러본 뒤 야경과 공연을 즐기고, 덕진공원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수변 관광벨트를 구축해야 한다.
전주천과 삼천이 만나는 물길은 단순한 하천이 아니다.
잘 활용한다면 전주의 새로운 랜드마크이자 지역경제를 살리는 관광 자원이 될 수 있다. 전주의 역사와 문화, 예술과 낭만을 물길에 담아내는 순간, 추천대 합수부는 한옥마을과 함께 전주를 대표하는 새로운 관광 명소로 거듭날 수 있다.
신영규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