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치닫는 사자·하이에나 무리 속, 공직 생태계 받쳐온 보통 공무원들의 이야기
대한민국 공직 사회 117만 명의 삶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철밥통’과 ‘복지부동’이라는 세간의 차가운 시선 뒤편에는 매일 아침 출근길에 오르며 조직의 생존 전략을 고민하는 수많은 보통 공무원들이 있다.
신간 '초식공무원 생존기'는 30여 년간 공직의 현장을 지켜온 저자가 공직 사회라는 거대한 조직을 ‘정글’에 빗대어 입체적으로 분석해낸 생생한 현장 보고서다.
저자 김인태는 행정고시에 합격해 군산시청 5급 사무관으로 공직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외교부 일등서기관, 주뉴욕총영사관 동포영사, 정읍시 부시장, 전주시 부시장, 전북특별자치도 기업유치지원실장 등 지방과 중앙, 해외 현장을 두루 거친 베테랑 행정가다.
저자는 권력을 쥐고 포효하는 ‘사자’나 기회를 노리며 웅덩이 곁을 지키는 ‘하이에나’, 시류에 따라 색을 바꾸는 ‘카멜레온’이 주목받는 공직 정글에서, 정작 생태계 하부를 묵묵히 떠받치고 있는 것은 조용히 풀을 뜯는 ‘초식 동물’ 같은 다수의 공무원들이라고 말한다.
책은 총 4장과 서장으로 구성돼 공직 사회의 내부 메커니즘을 흥미롭게 해부한다.
1장 ‘권력으로 움직이는 정글 공화국’에서는 김영란법과 프레임 전쟁, ‘어공(어쩌다 공무원)’과 ‘늘공(늘 공무원)’ 사이의 갈등 등 조직 내 권력 지형을 다룬다.
2장 ‘왜 하이에나가 그렇게 많을까’에서는 조직의 이권과 사익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씁쓸한 단면들을 직설적으로 포착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3장 ‘초식공무원의 생존 전략’이다.
저자는 세밀함으로 무장한 ‘토끼형’, 시간을 벌며 대처하는 ‘사슴형’, 배수의 진을 치는 ‘코뿔소형’, 멀리 내다보는 ‘기린형’ 등 초식 동물들의 다채로운 생존 방식을 제안하며, 거친 정글 속에서 자존감과 소신을 지키며 일할 수 있는 현실적인 팁을 전한다.
마지막 4장에서는 낡은 조직 문화의 개선 필요성과 함께 "공무원이 안정돼야 나라가 건강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 책은 단순한 관료제 비판이나 자서전적 회고록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들어가는 글을 통해 “결국 공직자가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권력자가 아니라 국민이며, 끝까지 응시해야 할 거울은 카메라가 아니라 시민의 일상”이라고 강조한다.
공직 사회의 민낯을 직시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이 책은, 오늘 밤도 야근 불빛 아래서 고민하는 수많은 공직자들은 물론 대한민국 행정의 실제 작동 원리가 궁금한 일반 시민들에게도 명쾌한 통찰을 선사한다. 윤홍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