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강도(强道) 전북… 인재는 넘치는데 품지 못하는 현실
전주시청 직장운동경기부 배드민턴팀이 창단 1년여 만에 전국대회 정상에 오르며 전북 체육계에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낸 우승이지만 그 이면에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선수들을 믿고 키워낸 김용현 감독의 뚝심과, 전북 배드민턴의 가능성을 증명하려는 노력들이 숨어 있었다.
■ 창단 1년 만에 전국 정상 오른 전주시청
전주시청 배드민턴팀은 최근 경남 밀양시 배드민턴경기장에서 열린 ‘2026 연맹회장기 전국실업대학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서 한요셉·박다연 조가 남자 일반부 복식 우승을 차지했다.
창단 이후 첫 전국대회 우승이다.
전주시청 배드민턴팀은 태권도부·수영부·사이클부에 이어 전주시가 운영하는 네 번째 직장운동경기부다. 김 감독은 전주농림고와 원광대를 졸업한 전북 출신 지도자로, 국가대표 선수 9년·국가대표팀 코치 4년 경력을 지닌 국내 배드민턴계 베테랑이다.
김 감독은 지난 2023년부터 창단 작업에 참여해 팀의 기틀을 다졌고,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전주시청 배드민턴팀 지휘봉을 잡았다.
■ “가능성 하나 보고 데려왔다”
이번 우승 과정에서 가장 눈길을 끈 선수는 박다연이었다.
박다연은 전대전과학기술대학교 2학년 시절 김용현 감독의 눈에 띄어 전주시청에 합류하게 된 선수다. 당시 김 감독은 박 선수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고, 꾸준한 설득과 지도를 통해 팀의 핵심 자원으로 성장시켰다.
김 감독은 박 선수에게 특별 훈련을 진행하며 에이스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게 하는 등 집중적으로 성장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때로는 친형처럼, 때로는 부모처럼 선수의 마음까지 다독이며 지도해왔다고 한다.
김 감독은 “솔직히 우승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4강 정도만 가도 정말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며 “그런데 8강과 4강을 지나면서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고, 나 역시 뭔가 해낼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 전용체육관도 없이 만든 우승
이어 “우승 순간보다 더 먼저 떠오른 건 선수들과 함께 버텨온 시간들이었다”며 “전용체육관조차 없어 학교 체육관과 동호회 강당까지 빌려다니며 운동했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고 말했다.
실제 전주시청 배드민턴팀은 다른 실업팀과 비교해 훈련 환경이 열악한 편이다. 전용 연습장과 전문 트레이너, 전담 코치 시스템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훈련 여건이 부족하다 보니 선수단은 학교 체육관과 외부 강당 등을 전전하며 훈련을 이어가야 했고,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타 팀보다 두세 배 가까운 훈련량을 소화해야 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예산 역시 문제다.
타 시도 실업팀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는 예산 구조 속에서는 정상급 선수를 스카우트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발굴해 성장시키는 방식 외에는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이다.
■ 우승 뒤 찾아온 또 다른 고민
하지만 우승의 기쁨도 잠시, 김 감독은 또 다른 고민을 안고 있다.
올해 계약이 끝나는 박다연을 비롯한 일부 선수들이 타 시도 팀으로 떠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국대회 우승과 상위권 성적을 기록한 선수들에게는 계약금과 현실적인 연봉을 제시하는 타 지자체의 관심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전주시는 열악한 재정 구조 속에서 경쟁력 있는 조건을 제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 감독은 “좋은 선수를 붙잡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과 최소한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배드민턴 강도(强道) 전북… 그러나 현실은
더 안타까운 점은 전북이 전국 최고 수준의 배드민턴 인프라를 갖춘 지역이라는 사실이다.
최근 열린 ‘2026 연맹회장기 전국 종별 배드민턴 선수권대회’에서도 원광대학교 남자부와 군산대학교 여자부가 대학부 단체전 정상에 올랐으며, 도내 초·중·고교 역시 매년 전국대회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꾸준히 우승자를 배출하고 있다.
또 전북은행 배드민턴 실업팀 역시 전국 무대에서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으며, 유소년 국제대회 입상자와 국가대표 선수들도 다수 포진돼 있다.
실제 전북은 한국 배드민턴 역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지역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전주 출신 박주봉은 김문수와 함께 남자복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김제 출신 정소영 역시 여자복식 금메달을 차지하며 한국 배드민턴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았다.
이어 1996년 애틀란타올림픽에서는 전주농고 출신 김동문이 혼합복식 금메달을 차지했고,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도 김동문과 하태권 조가 남자복식 정상에 오르며 전북 배드민턴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부터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한국 배드민턴이 획득한 금메달 6개 가운데 4개를 전북 출신 선수들이 책임진 셈이다.
■ “이제는 선수들이 떠나지 않는 환경 필요”
배드민턴 강도(强道)라 불릴 만큼 풍부한 인재와 전통을 갖췄지만, 정작 지역에서 성장한 선수들을 품지 못하는 현실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마음 놓고 운동할 수 있는 전용체육관과 현실적인 지원 체계만 갖춰져도 훨씬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들 수 있다”며 “전북 배드민턴의 미래를 위해 이제는 환경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