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에세이 '에세이 영국 정원 일기'
"사계절 식물에 삶의 뿌리를 묻다"
모든 것이 결국 사라진다고 믿는 이들에게 낯선 땅에서 뿌리를 내린 한 한국인 정원사가 가장 정직한 위로를 건넨다. 판미동이 최근 출간한 김민호의 에세이 '영국 정원 일기'는 런던에서 10년 넘게 정원사로 살아온 저자가 나무와 꽃, 계절의 변화 속에서 길어 올린 삶의 기록이다.
고려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저자는 프랑스인 아내와 함께 15년 전 영국으로 이주했다. 마음 둘 곳 없던 타지 생활 속에서 집 뒤 작은 정원이 유일한 안식처가 됐고, 이는 결국 영국 왕립원예학회(RHS) 과정을 거쳐 전문 정원사의 길로 이어졌다.
이 책은 그렇게 시작된 정원사의 열두 달을 따라간다.
책은 봄부터 겨울까지 계절의 흐름에 맞춰 ‘이 달의 식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4월의 클레마티스, 8월의 무화과나무, 10월의 시클라멘, 1월의 장미가 각기 다른 기억과 감정을 불러내며, 이방인으로서의 외로움과 삶의 균형을 회복해 가는 시간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특히 저자가 직접 찍은 꽃 사진과 손그림, 정원 설계 도면은 글의 여운을 시각적으로 확장한다.
식물을 돌보는 실용적 지식뿐 아니라 자연이 가르쳐 주는 기다림과 단단한 리듬이 담겨 있어, 바쁜 일상 속 마음의 쉼표를 찾는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밀란 쿤데라 대표작부터 비평·희곡까지 15권 완간
-작가 자필 그림 담은 리커버 눈길
-다시 펼쳐진 거장의 우주…'민음사, 밀란 쿤데라 전집' 리뉴얼
20세기 문학의 거장 밀란 쿤데라의 작품 세계를 한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민음사 밀란 쿤데라 전집’이 새 옷을 입고 다시 독자를 찾았다.
2013년 외국어로는 최초로 완간돼 화제를 모았던 전집이 2026년 리뉴얼 리커버판으로 출간되며 다시 한번 문학 독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이번 전집은 대표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비롯해 소설 10권, 비평·에세이 4권, 희곡 1권 등 총 15권으로 구성됐다.
전체 분량만 원고지 2만3000여 매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로, 쿤데라 초기작부터 후기작까지 작품 세계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따라갈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쿤데라가 유일한 정본으로 인정한 프랑스 갈리마르 판본을 바탕으로 8명의 번역가가 다시 읽고 세심하게 개정한 점이 눈에 띈다. 첫 소설 농담부터 소설의 기술, 희곡 자크와 그의 주인까지 아우르며, 소설가이자 사유하는 비평가로서 쿤데라의 전모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번 리커버판은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을 표지에 담아 이전보다 한층 가볍고 친근한 장정을 구현했다. 무게감 있는 고전의 위엄은 유지하면서도 오늘의 독자들이 보다 가까이 다가설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셈이다.
삶의 가벼움과 존재의 본질, 기억과 망각의 아이러니를 끝없이 탐문했던 쿤데라의 문장은 시대를 넘어 여전히 유효하다. 이번 전집은 거장의 사유를 다시 천천히 읽어 내려갈 가장 좋은 기회다.
△빛과 연기의 세계로 뛰어든 성장 판타지 '나팔의 소리'
-마법학교 ‘연하광채’서 펼쳐지는 청춘의 각성
빛과 연기를 다루는 미지의 세계 ‘연술계’를 배경으로 한 아카데미 판타지 소설 '나팔의 소리'.
신예 작가 박기현이 선보인 이번 작품은 우연히 특별한 재능을 발견한 주인공 우진이 마법 학교 ‘연하광채’에 입학하며 겪는 성장과 각성의 시간을 담아냈다.
소설은 동서양의 미학이 공존하는 신비로운 교육기관 ‘연하광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우진은 이곳에서 다양한 인물들과 관계를 맺고, 촘촘하게 얽힌 사건 속에서 잊고 있던 순수한 열정과 자아의 실마리를 찾아간다. 홀로 남겨진 듯한 불안과 외로움에서 출발해 찬란한 빛의 세계로 뛰어드는 여정은 현실의 성장통과도 맞닿으며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총 10개 장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낯선 세계에 첫발을 내딛는 두려움, 변화에 적응하는 고통, 그리고 결국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다.
특히 ‘연술계’라는 독창적 설정은 익숙한 학원 판타지의 문법 위에 새로운 상상력을 덧입히며 장르적 몰입감을 높인다.
표지에는 웹툰 정년이의 나몬 작가가 참여해 웅장한 자연과 신비로운 학교 풍경을 시각화했다. 활자 속 세계를 한층 또렷하게 열어 주는 이 일러스트는 독자를 ‘연하광채’의 첫 문 앞까지 자연스럽게 이끈다.
'나팔의 소리'는 판타지의 외피 속에 오늘의 청춘이 겪는 불안과 희망을 담아낸 한 편의 빛나는 성장소설이다.
△'운동하면 좋은 걸 누가 모르냐고요'
-내 뜻대로 안 되는 몸과 마음을 위한 정신과 의사의 실전 운동 가이드
-위로보다 전략, 하루 10분 실천 매뉴얼
운동이 몸과 마음에 좋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문제는 ‘알지만 시작할 수 없는 마음’이다. 앉아 있는 것조차 버거운 날, 하루 30분은 커녕 10분도 내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운동은 오히려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런 평범한 사람들의 막막함에 가장 현실적인 해답을 건네는 책 '운동하면 좋은 걸 누가 모르냐고요'가 출간됐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하주원이 쓴 이 책은 운동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절실히 알지만 정작 몸을 일으키기 힘든 이들을 위한 실천 매뉴얼이다.
저자는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들의 사례와 스스로 ‘저질 체력’을 극복하며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운동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몸과 뇌, 감정의 연결 구조를 객관적으로 풀어낸다.
이 책의 강점은 막연한 응원 대신 실행 가능한 전략에 있다. 몸이 무거운 이유를 의지 부족이 아닌 뇌의 작동과 심리 상태로 설명하며, 지금 당장 가능한 최소한의 움직임부터 제안한다.
하루 10분,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짧게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회로가 달라질 수 있다는 메시지는 바쁜 현대인에게 실질적인 용기를 준다.
자존감 수업의 윤홍균, 우울증 가이드북의 오지은 추천도 눈길을 끈다.
위로보다 팩트, 응원보다 전략을 택한 이 책은 운동을 잘하는 사람의 성공담이 아니라, 움직이지 못하는 마음을 가진 우리 모두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의 안내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