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열린 ‘6자 회담’도 끝내 해법 못 찾아
-행안부 장관에 일임, 주민투표 권고냐 유보냐?
전북의 수십 년 묵은 난제, 전주-완주통합 논의의 공이 행정안전부로 넘어갔다. 목소리를 높였던 단체장들은 이제와서 변두리를 맴돈다. 난데없는 단체장들의 통합 논의 제안에 해당 지역주민은 자다 일어나 보니 어느 날부터 서로 원수가 되어있는 형국이다. 이미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갈등은 첨예해졌다.
정치적 해법을 찾기 위해 이해 당사자 입장인 정치인끼리 머리를 맞댄 6자 회담도 했다. 그러나 해법은 어림도 없었다. 결국, 전북의 정치권 특히, 이를 주도했던 단체장들은 스스로 해결을 포기했다. 그리고 그 결정권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일임하는, 무책임한 회피성 결론을 내렸다. 해당 지역주민들 싸움만 붙여놓고 정작 정치인들은 뒤로 빠지는 모양새다. 이는 지역 정치권이 스스로의 조정 능력 부재와 리더십의 한계를 만천하에 자인한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더불어 지방자치의 어설픈 현주소를 보여준 씁쓸한 단면이다.
정치권 6자 회담에서 찬성 측은 주민투표 일정을 못 박아 달라고 요구했다. 반대 측은 자치권을 존중하는 ‘특별자치단체'라는 대안을 제시하며 평행선을 이어갔다. 그리고 내놓은 유일한 합의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결정해달라"는 것이었다. 유일하게 합의를 본 것은 통합 논의가 장기화하면서 지역사회가 겪는 피로감과 혼란을 끝내야 한다는 것 뿐.
윤호중 행안부 장관도 즉각 응답했다. 이제는 어떤 식으로든 매듭을 지어야 할 때라는 것. 그렇지만 여전히 정치권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행안부 장관에게 공을 넘긴 것은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정치권임을 스스로 입증했다는 자책이다. 지역의 자율적 합의를 포기한 무책임을 드러낸 것이다. 비웃음이 난무한다. 어쨌든 행안부 장관에 떠넘기고, 일단 갈등의 불씨는 일시적으로나마 잠재웠다.
행안부 장관도 딜레마다. 어느 한쪽에 불리한 방식이라고 여길 경우, ‘중앙의 일방적 결정'이라는 새로운 프레임 속에서 더 큰 후폭풍과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주완주 통합 갈등의 근본적인 책임은 통합 여부와 상관없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단체장들과 지역 국회의원들은 갈등의 중재자이자 해결사로서 역부족을 드러낸 역사의 당사자로 그 이름이 남게 됐다.
전주와 완주는 원래 하나다라는 말로 시작할 때부터 엇박자였다. 전주가 이렇게 어려우니 대승적으로, 전북 발전 차원에서 완주 군민의 이해와 양보를 부탁했어야 옳았다. 여전히 지금도 완주 군민은 전주시민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전주시민이 되면 땅값도 오르고, 기업도 발전하고, 학생도 많이 오고 한다는 논리다. 전주의 우월주의 논리가 오늘의 정치 무능을 드러냈다는 여론이 높다.
통합을 들고 나왔던 정치인 당사자들이 통합 주체를 스스로 포기한 것은 단순히 하나의 현안에 대한 실패가 아니다. 전북 정치권이 얼마나 지역의 미래에 비전이 없는 존재인가를 보여준 사례다. 상업 논리의 이해관계와 유불리를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
어쨌든 이제 공은 윤호중 장관에게 넘어갔다. 그의 결정에 전주와 완주, 나아가 전북 전체의 미래가 걸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북 문제로 뜬금없이 행안부 장관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반대편의 거센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주민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 속에서, 그는 단기적인 여론의 향배가 아닌 지역의 상생과 장기적인 발전이라는 대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주민 투표를 실시하든, 새로운 협력 모델을 제시하든, 그 결정은 합리적인 근거와 미래 비전을 담보해야만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
지역 정치권 역시 ‘장관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포기한 책임의 무게를 통감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지방자치 단체장의 이기주의가 가져온 뼈아픈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중앙의 결정만 바라보는 무기력한 지방자치의 시대는 이제 끝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