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영 택
숲이 되고 싶어서
물같이 투명한 인생이고 싶어서
다람쥐와 새가 안내하는 산, 숲에 들면
풀잎이 귀띔한다, 삶은 이런 것이라고
속 싶어 묵직한 바위들
그 아래 흐르는 물소리 같아야 한다고
일제히 날아오르는 새들의 날갯짓처럼 때로는 완강해야 한다고
생바람 일으키는 유월의 잎새는 고개를 끄덕인다
숲속 투명한 잎들
서로 몸을 주어 자지러지는 웃음
햇빛에 부딪힌 빛을 털며
발설하지 않은 공기들의 마음을 본다
눈이 닿는 곳마다 고요가 일어나
소리가 하염없이 붐비는
적요의 이음새를 어찌해야 할지
고요가 내 발을 들어 허공에 놓으니
벼랑의 낭떠러지 그쯤에
거꾸로 머리 박고 살면서도
세상 환한 꽃을 피워 올린 줄기 하나
발길 붙들어 내가 자꾸 깊어진다
아, 내 몸에서도 뜨거운 것 가득해져서
가쁨이 넘치는 발음, 잎이 돋아난다
늘 중심이 되어 살고 싶었던 어릴 적 꿈을
다시 깨닫게 해주는 한 송이 풀꽃
황혼빛으로도 지울 수 없다고
꼬불꼬불 세상의 내부로 내려오는 길
나는 지금 꿈속을 빠져나온 듯
자꾸 헛발을 내디딘다.
박영택 시인
∙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 1993년 「한맥문화」 「월간문학」 신인상 시 당선
∙ 시집 「잃어버린 별을 찾아서」「산 숲에 들면」 「사람을 사랑하다」「떡갈나무 숲에는 밀화부리가 산다」
∙ 방송대 문학상 ∙ 모악 문학상 ∙ 전북문학상
∙ 전북문인협회 감사 역임 ∙ 전북시인협회 부회장 역임
∙ 전주문인협회 감사 ∙ 한국 미래문학 감사
∙ 풍물시동인회 회장 역임 ∙ 금요시담 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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