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사퇴 거부에 대한 대통령실의 응답”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가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된 데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 여권 관계자는 인 위원장 임명에 대해 “지난 11일 보선 패배 이후 사퇴를 거부한 김기현 대표에 대한 대통령의 응답”이라고 평가하고 “대통령의 부친이 연세대 교수였던 만큼 연세대와 인연이 깊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전북 출생에 전남 순천에서 자라고 공공연하게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을 강조하는 대표적 ‘호남 보수’다. 또 조부와 부친이 독립유공자이기도 해 여당 내에서는 “민주당이 비판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지난 보선 이후 윤 대통령이 여당에 “선거 결과에서 교훈을 찾아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임명직 당직자가 총사퇴하는 등 당 안팎에서 김 대표에 대한 압박이 있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지난 15일 “대통령실과 관계를 건강하게 할 것”이라며 “당이 민심을 전달해 반영하는 주도적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말하는 등 사실상 사퇴를 거부했다. 이에 여권 내부에서는 김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일기도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패전의 책임은 장수가 지는 것”이라며 “부하에게 책임을 묻고 꼬리 자르기 하는 짓은 장수가 해선 안 될 일”이라며 김 대표를 겨냥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당의 안정과 발전적 도약을 위한 임명직 당직자들의 결단을 존중한다”고 쓴 김 대표의 SNS에 물음표를 댓글을 달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에 김 대표 체제를 인정하는 대신 공천에 대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대통령실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인선에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만큼 인 위원장은 내년 공천에도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인 위원장은 지난 23일 김기현 당 대표와 만나고 나온 자리에서 “며칠 전 우리 대표님과 식사를 같이 했는데 무서울 정도로 권한을 많이 부여해 줬다”고 밝혔다.
이날 김 대표는 혁신위 권한에 공천 규정도 포함됐느냐는 질문에 “인 위원장이 알아서 잘할 것”이라며 “내가 말씀드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이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