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개표초반부터 전국에서 고른 득표로 당선을 확정지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막판 뒤집기를 호언했지만 민심을 얻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문 후보와 홍 후보의 격차는 17.05%에 달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호남에서조차 문 후보에게 1위를 내주면서 정치적 입지마저 위태롭게 됐다. 호남기반을 잃은 국민의당은 존폐기로에 놓이게 됐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막판 ‘사표심리’ 작용 탓인지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했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에게도 밀렸다.
■ 문, ‘전국 고른 득표’ =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전국의 지지를 고르게 받는 최초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압도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문 후보는 10일 오전 1시 현재(개표율 58%) 전국 17개 시·도 중 경북·대구·경남 등 3개 시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문 후보는 전북(64.35%)과 전남(58.86%), 광주(59.29%) 등 호남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 서울(42.10%)과 인천(40.76%), 경기(40.76%) 등 수도권에서도 여유롭게 승리했다. 충남(37.70%), 충북(37.75%), 대전(44.67%), 세종(49.08%) 등 충청권 민심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문 후보는 대구와 경북, 경남 등 3곳에서 1위를 차지하지 못했으나 의미 있는 지지율로 지역 구도를 희석시키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경남에서는 홍 후보와 불과 3%p의 격차를 보였고, 부산(37.55%)과 울산(36.11%)에서는 승리했다.
표면적으로 전국 1위 지지도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영·호남의 지역구도를 무너뜨리는데 성공하면서 ‘전국지지 대통령’의 상징성은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전국적 고른 지지로 향후 국정운영에도 탄력 받을 것으로 보인다.
■ 지역구도 한층 약화 = 지난 18대 대선은 세대간 대결구도가 한국정치사의 고질병으로 지목된 지역구도를 넘어서는 양상을 보였다. 이번 19대 대선에서도 지역구도는 더욱 희미해졌다. 진보와 보수 간의 대결양상 보다는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 등 박근혜 정권 심판적인 성격이 더 강한 탓인지 자유한국당은 텃밭인 부산과 울산을 내주기도 했다.
2위를 기록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대구(47.27%)와 경북(52.02%), 경남(39.32%) 등 3곳에서 문 후보를 이겼다. 하지만 나머지 지역에서 격차를 좁히지 못했고, 전통적 텃밭인 울산과 부산 등 2곳을 문 후보에게 내주면서 향후 지방선거 부담도 커졌다.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등 2명의 야권후보 득표율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참패나 다름없게 됐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의 등장으로 3당 체제의 새로운 정치지형은 영·호남의 몰표현상을 완화시켰다. 문 후보는 호남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으나 역대 대선후보들의 호남지역 성적표를 감안할 때, 표 싹쓸이는 없었다. 지역구도가 흔들리면서 향후 지방선거와 총선에서도 정치권의 달라진 선거 전략이 예상된다.
■ 군소정당 후보 한계 = 이번 대선은 15명의 후보자가 출마했고, 2명이 중도사퇴 했다. 다자간 대선후보자 출마로 군소정당과 무소속 후보들은 극히 미미한 지지표를 얻는데 그쳤다. 문재인·홍준표·안철수 등 3명의 후보가 87%의 득표를 얻으면서 13%를 놓고 경쟁을 벌였다.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승곡선을 그리며 10%대 지지율을 기대했지만, 5.83%에 머물렀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6.52%에 그쳤다. 나머지 후보들은 1%의 벽도 넘지 못했다.
윤동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