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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입추, 가을 씨앗은 뿌려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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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입추, 가을 씨앗은 뿌려지다
  • 전민일보
  • 승인 2016.08.1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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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는데 햇빛 한 줌이 이마를 툭 건드린다. 마치 사나운 독수리가 부리로 이마를 쪼는 느낌이다. 그러다 숨이 턱턱 막힌다. 가만히 있어도 몸에 땀이 주르륵 흐른다. 그야말로 가마솥 찜통이다. 낮에는 폭염, 밤에는 열대야, 전국이 기진맥진이다. 쉴 새 없이 올라오는 열기 탓에 길거리는 마치 불판 위를 연상케 한다.

며칠 새 온열질환 사망자가 속출하고, 전력 수요도 최고치로 치솟았다. 전국 대부분 지방에 폭염 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연일 기록적인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땀을 흘려 수분ㆍ염분이 부족해지면 작업 중 자신도 모르게 정신을 잃거나 의식이 혼미해져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럴 땐 의식적으로 자주 물을 마셔야 한다. 카페인 음료나 술은 되레 탈수를 유도하므로 수분공급에 효과적이지 않다.

지금 한반도에는 여름이 한 중심에서 있다. 태양이 한껏 달궈져 있다. 그러나 우리에겐 이 위대한 여름과 함께 이글이글 열정의 태양이 필요하다.

세상을 태워버릴 듯한 기세로 내리쬐는 태양빛이 다소 고통스럽지만 이 시련의 계절을 거쳐야만 우리가 한겨울 동안 먹을 수 있는 오곡백과가 무르익는다. 오곡백과뿐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은 물론, 심지어 미생물까지도 햇빛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꽃이 자랄 수 있는 조건은 물, 바람, 햇볕이다. 이 세 가지 자연환경이 어우러져 사시사철 아름다운 꽃과 나무가 열매를 맺는다. 만약, 햇볕이 없다면 꽃은 어떻게 될까? 아마 꽃망울을 틔워보지도 못하고 바로 시들어버리고 말 것이다. 또 지구의 기온이 떨어져 얼음으로 뒤덮이지 않는 점도 모두 태양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태양의 귀중함을 한층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이렇게 여름이 절정으로 치닫는데도 지난 7일이 절기상 가을에 들어선다는 ‘입추(立秋)’였다. ‘입추’부터 ‘입동’전 까지를 가을이라고 한다.

폭염 속 입추라니, 믿기지 않는다. 끔찍한 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데 가을의 절기가 다가온다는 게 ‘생뚱맞은’ 느낌이다.

그러나 대자연의 순환과 유전(流轉)의 질서는 어길 수가 없다. 자연의 법은 신(神)도, 인간도 변화를 줄 수 있는 법이 아니다. 자연의 법은 필연이기에 예외나 기적이 없다. 그대로 따라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대자연의 변천사(變遷史)에 주어지는 모든 삶의 원칙은 항상 흐름의 역사로 존재한다.

대자연이 만들어내는 이 흐름의 모든 변천사에서 우리들이 흔히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기후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계절의 변화일 것이다. 또한 이 계절의 변화는 항상 예외 없이 모두 다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길을 걷는다.

한 인간이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음에 이르는 것처럼, 대자연의 모든 만물 또한 생성ㆍ성장ㆍ쇠태ㆍ해체라는 단계적인 삶의 과정을 겪어나가며 존속한다.

이 대자연의 섭리 속에 새삼 인생무상, 세월무상을 느낀다. 불교에서는 무상을 덧없음이 아닌 항상(恒常) 같지 않음, 즉 고정불변(固定不變)한 것이 없다는 뜻이다.

붓다께서는 모든 존재하는 것들에는 세 가지의 보편적 성질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항상 변화해서 무상하고 무상(無常)하기 때문에 괴롭고(苦), 그래서 실체가 없는 무아(無我)를 말씀하셨다.

계절의 변화에 있어서 봄에는 모든 만물이 아름답게 생성하여, 여름에는 그 아름다움이 극치에 달하도록 성장한다. 하지만 가을이 되면 그 기운이 다해 쇠퇴의 길로 접어들면서, 결국 겨울이 되면 해체라는 죽음의 길로 접어들고 만다.

이와 같이 대자연이 만들어내는 흥망성쇠의 모든 길은 바로 대자연의 모든 삶의 법칙이며, 어느 누구도 이와 같은 대자연의 모든 삶의 법칙에서 전혀 자유로울 수 없다.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고, ‘새벽이 가까워질수록 어둠은 더욱 짙어진다’고 노래한 시인이 아니더라도 늘 더위는 서늘한 가을을, 혹독한 추위는 봄의 따뜻한 볕을 예비하고 있다.

입추 지나 보름 후인 23일이 더위가 물러난다는 ‘처서(處暑)’니 절기는 고르지 않은 일기와 무관하게 계절의 발걸음은 누천년의 관습을 따라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여름 땡볕이 내리 쬐지만 그 속에는 벌써 가을의 씨앗이 뿌려져 있는 것이다.

신영규 한국신문학인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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