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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백리 대감의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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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백리 대감의 충고
  • 전민일보
  • 승인 2016.07.21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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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인조 때 재상 김상헌에게 친구가 찾아와 술상을 마주하고 환담했다. 얼큰하게 취한 친구가 슬픈 표정을 짓자, 김상헌은 무슨 언짢은 일이라도 있느냐고 물었다.

“나의 공직생활은 엄격하고 아내가 무슨 뇌물을 받은 것 같은 흔적이 없는데, 간혹 나에 대해 뇌물을 받는다는 소문이 들리니 알 수 없는 노릇이네. 자네는 어떻게 하기에 청렴결백하다는 칭찬을 듣는지, 그 비결이 무엇인가?”

“자네가 엄정하게 일을 처리한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지. 혹시 밤에 부인과 안방에서 함께 자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 자네는 부부 금실이 좋아 부인과 함께 자다 보면 이런저런 나라의 일을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지.” 친구는 얼굴을 붉히면서, 그러는 자네는 어떠냐고 물었다. 김상헌은 얼굴색을 고치며 말했다.

“그걸세. 부인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히 조정 업무에 관한 정보를 들려주게 되고, 더러는 부인이 부탁을 하게 되는 것일세. 부인은 자네에게서 얻은 정보를 이용해 어떤 이에게 유리하게 해줄 수가 있지. 나는 아내와 잠자리를 하고 나면 곧장 일어나 내 방으로 나와 버린다네. 자네도 나처럼 할 수 있겠나?”

이후 친구에 대한 세간의 잡음이 사라졌다. 김상헌이 부인의 방에 들어갔을 때, 아내가 말했다.

“당신은 얼마 전에 왔던 친구에게 뭐라 했기에 그 부인이 나를 보고 못마땅해 하면서 원망을 하는지 모르겠소.” 김 대감이 눈치를 채고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아내는 그녀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댁의 늙은이는 자기 혼자만 청백리 노릇을 하면 되었지, 왜 우리 영감에게까지 청백리 노릇을 본받으라고 강요하여 남의 잠자리를 망쳐놓아요? 그리고 뇌물 한두 푼 못 들어오게 막아내 생활이 이렇게 쪼들리게 만들어 놓아요? 댁의 늙은이가 미워 당신마저 만나기 싫소.”

애꿎은 원망은 김 대감의 부인이 들었다. 사실 부인은 아무 관련이 없었는데, 친구 잃고 따돌림마저 당한 것이다. 그녀는 “제발 남들이야 어떻게 살든지 간섭하지 마시라.”면서 화를 냈다.

김상헌은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중얼거리며 깊은 상념에 빠졌다고 한다. 그래도 친구에게 부부 사이의 사랑에 흠이 될 충고를 할 수 있고, 이를 잘 받아들인 우정이 아름답다.

고위 공직자의 아내가 뇌물수수 등 죄를 짓고 영어(囹圄)의 몸이 되거나,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는 일이 종종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어떤 이들은 남편의 죄를 아내가 대신 뒤집어쓴 게 아니냐면서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공직자가 아내에게 정보를 흘려서야 어디 베갯머리송사에 배겨날 수 있을까?

부부가 유별하던 시대, 안채와 사랑채가 구분되었던 시절에나 가능했던 이야기다.

김상헌의 충고는 현대에 와서 지키기 쉽지 않은 지혜지만, 그런 정신을 이어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공직자들은 청백리 김상헌의 충고를 깊이 새겨 제가(齊家)에 힘쓰고 치국(治國)에 노력한다면, 아름다운 이름을 오래 전할 수 있으리라.

김현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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