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如意吉祥(여의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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如意吉祥(여의길상)
  • 전민일보
  • 승인 2016.01.1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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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근무할 때 일이다. 운영지원과장으로 처음 보직을 받아 갔더니 책상위에 여의길상(如意吉祥)이라는 4자 성어 팻말이 담긴 작은 화분이 놓여있었다.

인사와 경리, 행사, 보안, 물품구매, 기록관리, 성과 평가 등 다양한 업무를 총괄해야 하는 내게 딱 맞는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의길상(如意吉祥)에서 여의(如意)는 일이 생각대로 됨을 의미하고, 길상(吉祥)은 아름답고 착한 징조라는 뜻으로 좋은 일이 나타날 조짐을 의미하니, 항상 길하고 상서로운 좋은 일들은 자기 의지에 달렸다는 뜻이다.

즉 좋은 일을 생각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바람 잘 날 없다’는 운영지원과에 근무하면서 늘 긍정적인 마음으로 큰 어려움 없이 잘 보낼 수 있었다.

새해 들어 다시 여의길상을 떠올리는 것은 새해 1월 4일부터 부처 인사교류로 34년간 근무했던 국방부를 떠나 전북지방병무청에서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부처 인사교류는 정부 3.0과 연계하여 공직사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문성이 요구되거나, 효율적인 정책수립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직위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 담당업무의 성격이 비슷한 다른 기관 인재와 자리바꿈으로 충원하여 행정기관 상호간의 협조체제를 증진하기 위해 시행하는 제도로 전통문화와 역사가 숨 쉬는 한국 속의 한국, 생동하는 전라북도에서 국가안보의 한축을 담당하는 병무행정 업무를 수행한다고 생각하니 설렘에 앞서 막중한 책임감이 앞선다.

(그러나 여의길상의 마음으로 국방부에서 익힌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국민의 마음을 읽고 국민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깊이 헤아려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면 우리 전북지방병무청이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사랑받는 조직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는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내가 병무청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39년 전 인 1977년 6월 삼척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이동징병검사를 받으면서다. 당시는 팬티 한 장만 걸치고 거의 벌거벗은 채로 병적기록표를 들고 군의관 앞에 서서 벌벌 떨며 특별한 도구 없이 주로 시진과 촉진으로 판정을 받았었다.

그랬던 징병검사가 지금은 내과, 신경과, 정신과 등 13개 전공과목별 징병전담의사가 CT·MRI 등 최첨단 장비를 활용하여 종합병원 수준의 신체검사를 통해 정확하게 병역처분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징병검사 복장도 신세대 병역의무자 취향에 맞춰 반바지와 티셔츠를 세트로 착용하고, 예전엔 수작업으로 기록하던 병적기록표는 신분인식 카드 겸 병역이행 중 급여 등을 관리하는 전자통장 기능이 탑재되어 있는 나라사랑 카드로 대체되어 카드만 갖다 대면 인적사항에 맞춰 검사결과도 위·변조가 불가능하도록 전산으로 정확하게 기록되는 모습을 보니 격세지감이 든다.

그렇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바로 병역면탈 시도인 듯하다.

70년대 당시는 조금이라도 더 낮은 등급을 판정받으려면 ‘백설탕을 한 봉지 다 먹고 검사를 받으면 된다.’라든지, ‘신체검사 받기 전 눈 안 깜박이고 해를 10분간 뚫어지게 쳐다보면 된다.’하는 식의 검증되지 않은 다소 황당한 방법들이 소문으로 떠돌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실제로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정신질환 위장, 고의 문신, 고의체중 감량은 물론 고아로 위장등록하거나, 허벅지에 지점토 붙이기 등 기상천외한 수법들이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 하니, 안타깝기만 하다.

(언젠가 병역면탈 변천사를 ‘권력→재력→연예인·스포츠선수→일반인’으로 요약한 기사를 본적이 있다. 처음에는 소수 고위층의 권력형 비리가 발생하다가 점차 인터넷을 통한 정보공유를 통해 노하우가 일반인에게 까지 퍼져나가는 형태를 띤다는 것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에서 고의적인 병역의무 회피는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상대적인 박탈감을 부추기며, 사회통합을 저해는 심각한 범죄다.

그래서 새해 병역의무 대상자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도 바로 여의길상이다.

나쁜 생각을 하는데 일이 잘 될 리가 없다. 좋은 생각을 해야 인생도 좋게 변한다. 우리는 생각을 바꿈으로 인생을 바꿀 수 있다.

우리나라의 미래가 될 젊은이들이 여의길상의 마음으로 내게 주어진 병역의무를 당당하게 이행하길 바란다. (더불어 “지금이라도 군대에 갈 수 있다면 가고 싶고, 어떻게 해서든 떳떳하게 한국 땅을 밟고 싶습니다.”라는 유승준씨의 말을 반면교사로 삼길 바란다.)

김장호 전북지방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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