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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값 폭락에 애타는 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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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값 폭락에 애타는 농심
  • 최승우
  • 승인 2007.06.03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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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값은 오르고 미국산 수입소 여파 암송아지값 가격 급락
“다 자식 같은 녀석들인데 이 녀석들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사료 값은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데 수입소를 수입한다고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김제시 금산면에서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나영만(65·가명)씨는 FTA협상 이후 곤두박질치고 있는 소 값 때문에 담배를 입에서 떼지 못하고 있다.

“내 육십 평생에 요즘 같은 경우는 처음 봅니다, 예전에는 같은 송아지가 태어나도 암송아지는 복덩이 수송아지는 천박꾸러기였는데 요즘은 어떻게 된 것이 암송아지가 천박꾸러기가 됐어요.”   
한·미 FTA협상 타결 이후 산지 소 값이 계속 폭락하고 있는 가운데 농민들의 얼굴에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심지어 암송아지 가격과 수송아지 가격이 불과 10만원 차이에 밖에 나지 않는 기현상까지 벌어져 한우농가들이 일대 혼란을 겪고 있다.

나 씨는 “도대체 어디까지 떨어질 지 알 수 없어 이제 소를 키워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지금 다 키워놓은 소들도 요즘 같은 시세에 내놓으면 100만원 이상 손해보고 팔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1일 전북도와 한우농가들에 따르면 지난 3월 FTA협상이 시작된 이후 소 값이 대폭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협상 타결 이후 암소와 송아지 값이 폭락, 가격차가 거의 사라지고 있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도내 암송아지(생후 3개월 기준)는 290여만원, 수송아지는 235만원에 거래돼 20%가량의 가격 차이를 나타냈으나 최근에는 암송아지 220만원, 수송아지 210만원으로 별반 차이가 없다.
FTA 협상타결 이전에 비해 암송아지는 평균 80만 원 가량 하락한 반면 수송아지는 20여만 원의 가격 하락폭을 보이면서 거래량이 역전된 것이다.

특히 가격 하락세를 이겨내지 못한 농가들이 너도나도 암송아지를 내놓으면서 시장에 나오는 송아지 연령도 낮아졌다.
예전에는 생후 6개월 가량의 암송아지들이 한우시장에 나왔지만 최근에는 4,5개월, 3개월의 어린 송아지들이 시장에 출하되고 있다.

“기자양반이 한번 생각해 보세요, 세상 누가 손해 보는 장사를 합디까? 사료 값만 해도 작년하고 올해하고 15%는 차이가 나요, 헌데 소 값은 끝을 모르고 떨어지니, 이것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참 답답합니다.”
서러움이 복받치는 듯 나 씨가 또 담배를 입에 물었다.

나 씨는 “정부에서 ‘한우의 경쟁력을 기르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수입소를 한우로 둔갑시키는 악덕업자들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기를 수 있느냐”며 “농가에게만 몰아붙일 것이 아니라 투명한 시장이라도 제대로 확보해줬으면 좋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어린 송아지 8마리는 나 씨의 속 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만 껌뻑거리며 주인의 얼굴을 바라봤다. 최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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