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20 09:59 (월)
“너무 떨려서 내가 수능 보는 것 같아요”
상태바
“너무 떨려서 내가 수능 보는 것 같아요”
  • 최홍욱 기자
  • 승인 2015.11.13 09: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자씨, 정신장애 가진 아들 무사히 시험 치르길 기원
▲ 12일 오전 8시께 전주시 효자동 동암재활학교에 마련된 학부모대기실에서 김진자씨가 시험을 보러 들어가는 막내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6남매 가운데 늦둥이 막내, 무사히 시험을 치르고 환하게 웃었으면 해요”

12일 오전 8시께 전주시 효자동 동암재활학교의 학부모대기실에서 차모(18)군과 함께 있던 김진자(64)씨는 아들의 등을 토닥이며 수험장으로 들여보냈다. 별로 추운 날씨는 아니었지만 혹시 손이 시리지 않을까 마지막까지 아들의 두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시험장까지 10여 미터 남짓이었지만 김씨는 학부모대기실 입구에 서서 자꾸 뒤를 돌아보는 아들을 지켜보았다. 차군이 지도교사와 함께 시험장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자 어머니는 입을 열었다.

김씨는 “내가 수능시험을 보러 들어가는 것 같아요”라며 “중학교 2학년 때 동급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해 마음을 다쳐 그 때부터 5년 동안 아들과 함께 학교에 다녔다”고 말하고는 입술에 힘을 주었다.

어머니는 일찍 결혼해 스물에 첫 딸을 낳기 시작해 마흔여덟에 막내, 차군을 낳았다. 바로 위 누나와 18살이나 차이나는 말 그대로 늦둥이였다. 어렸을 때부터 총명했던 차군은 이미 장성한 남매들 덕분에 학습이 또래보다 빨랐다.

어머니는 “이미 5살 때부터 영어에 두각을 나타냈다”며 아들 자랑을 늘어놨다.

공부에 흥미가 있던 차군은 중학교 시절 얻은 상처도 이를 막지 못했다. 중학교를 마치고 이리고등학교에 들어가 동급생들과 겨뤄 결코 성적이 떨어지지 않았다. 다른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조차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매일 교육방송(EBS)을 보는 버릇은 숨기지 못했다.

김씨는 “학교와 주변에서 서울대 갈 실력이 충분하다고 칭찬들이 자자하다”며 활짝 웃었다.

그러나 장애는 생각보다 높은 장벽이었다.

어머니 “막둥이가 서울대학교 의대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눈시울은 붉어졌다. 그리고 김씨는 “공부를 곧잘 하니까 대학에 들어가 상처가 나아 원하는 곳으로 편입하면 좋겠다”며 “시험 중간에 나오지 않고 무사히 수능을 치를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어머니는 조용히 “막둥아, 힘내라”란 말을 소리 없이 읊조렸다.

이날 차군은 전북교육청에서 올해 처음 마련한 ‘1인 시험실’에서 수능을 치렀다. 불안증세를 보이는 차군처럼 정신질환이 있는 학생들이 편안하게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모교교사 또는 지도교사와 함께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차군과 같은 학생을 위해 올해 마련된 ‘1인 시험실’은 모두 3곳이다.

한편 이날 동암재활학교에는 저시력자 4명, 맹인 2명, 청각지필 8명, 뇌병변자 7명, 지체 및 청각보청 4명, 기타 4명, 정신질환 3명 등 모두 32명의 도내 장애학생들을 위한 시험실이 마련됐다. /최홍욱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춘향제 12년째 전두지휘...한복의 美, 세계에 알릴것
  • 서울공항 봉인 해제에 일대 부동산 들썩… 최대 수혜단지 ‘판교밸리 제일풍경채’ 눈길
  • 화려한 축제의 이면... 실종된 시민의식
  • 군산 나포중 총동창회 화합 한마당 체육대회 성황
  • 지유온 성장 가속화…상장전 경쟁력입증
  • 삼대가 함께 떠나고 싶다면, 푸꾸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