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놀이터가 ‘돈’이 없어 사라지고 있다.
7일 전주시 진북동의 한 아파트 가운데 커다란 공터가 있다. 얼마 전까지 이곳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지만 지금은 모래사장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던 미끄럼틀과 그네가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웅덩이들만 눈에 띌 뿐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아파트단지에는 모두 7개의 놀이터가 있었다. 그러나 지난 1월 단 한 곳만 남기고 모두 사라졌다. 아이들이 뛰놀던 아파트 놀이터는 조만간 주차장이 된다는 소문만 남았다.
전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어린이 놀이시설 설치기준안’(이하 설치기준안)이 시행됐다. 지난 1월 설치기준안의 유예기간이 끝나 모든 어린이 놀이시설은 설치기준안에 맞춰 시설을 정비하고 이를 검사받아야 한다.
그러나 전주시 803곳의 어린이 놀이시설 가운데 15곳이 검사를 받지 않거나 조건에 맞지 않아 ‘임의이용금지’ 조치를 받았다.
조사결과 15곳은 모두 아파트 단지에 있는 놀이시설로 설치기준안에 맞춰 시설을 개선하는 비용이 부담스러워 대부분 검사를 포기했다.
놀이시설 1곳당 정비비용은 2~3000만원에 달하지만 지자체 등의 보조가 없어 모두 아파트에서 부담해야 한다.
결국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마련된 설치기준안 때문에 오히려 놀이시설이 없어지고 있었다.
해당 아파트 관리소장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설치기준안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파트 재정에 부담이 갈 정도로 규정을 강화해 어쩔 수 없이 놀이시설을 폐쇄했다”며 “단지에 있는 놀이시설을 모두 정비하려면 적어도 1억원이 넘게 들고 이를 모두 주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놀이터를 없애고 주차장이나 건강기구 등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주시 효자동의 한 아파트 주민 신모(58)씨는 “아이들의 놀이터는 인성을 키우고 사회성을 함양하는 기본적인 야외공간이다”며 “시설에 대한 정비를 아동복지 차원에서 접근해 지역사회에서 도움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해당 15곳의 어린이 놀이시설은 설치검사 유예기간 내 검사를 이행하지 못해 임시이용조치가 내려졌다”며 “영세한 아파트들이 시설 보강을 하지 못하는 사정은 알고 있지만 지난 7년간 유예기간을 주는 등 충분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밝혔다./최홍욱 고영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