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으로부터 꽃 한 다발을 선물 받았다. 좀 더 오랜 시간 꽃을 시들지 않게 보존하려고 화병에 얼음처럼 차가운 물을 담아 꽃꽂이를 했다. 아직 피지 않았던 꽃봉오리가 화병의 물을 빨아올리면서 꽃잎을 활짝 열고 피어난다. 꽃이 활짝 핀 화병을 시선이 잘 닿는 테이블 한 쪽에 올려놓으면서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름다움은 정결한 상태에서 더욱 빛나는 법! 테이블 위에는 신문이 펼쳐져 있고 책꽂이에서 빼낸 여러 권의 책들, 각종 유인물 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쌓여있었다.
신문을 잘 접어서 한쪽에 보관하고 책은 책꽂이의 제자리를 찾아 꽂아두고 유인물은 파일상자에 집어넣거나 분리수거를 했다. 테이블에는 오로지 화사한 꽃의 아름다움만 빛나고 있다.
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꽃” 하고 혀끝을 윗니에 대고 단 한 음절을 말하고 나면 웬일인지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면서 “다 같이 꽃! “하고 단 한 음절을 노래하라고 한 시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며칠 후면 시들어 아름다움이 다할 꽃의 형상을 붙잡아두기 위하여 카메라를 꺼내어 초점을 맞추었다.
카메라 렌즈에는 정리된 테이블에 놓여진 아름다운 꽃이 가득 잡힌다. 가히 꽃향기 넘치는 화엄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어두운 땅속에서 발아한 씨앗이 싹을 틔워 올리고 푸른 잎을 만들고 마침내 꽃을 피운 만덕과 만행의 정수가 빛나는 화엄의 세계이다. 카메라 렌즈의 초점 링을 돌리면서 가장 아름다운 상태의 꽃을 담아두었다.
꽃은 정결한 상태에서 꽃다워보이듯 선량(選良)의 꽃은 만덕과 만행의 정수가 빛나는 화엄의 산물로서 피어나야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마이클 센델 박사가 강론한 것처럼 정의(正義)에 뿌리를 내려 피어난 꽃이어야 하고 이웃과 사회가 공존하여 끊임없는 삶을 유전시킬 씨앗을 만들 꽃송이이어야 한다.
꽃을 좋아하는 후배와 함께 동식물 분류학 이야기를 나누다가 류, 류, 류 자로 끝나는 말은 비비추류, 원추리류, 포유류…. 나는 마지막에 장난스럽게 인류(人類)를 거론하였다.
인류라, 人+ 爲= 僞가 되네요, 사람이 하는 일이 거짓이라는 말이 되네요.
인류라는 단어를 거론하니 사람에 대하여 불신을 이야기하는 후배에게 나는 인류애에 대한 변론을 다음과 같이 조용히 들려주었다.
연하지벽(煙霞之癖)이 깊은 연유로 사람을 만나는 일보다는 꽃과 나무 등 자연에 심취해 있지만 마음 깊이 인류를 사랑한다. 모든 사람의 지문(指紋)이나 성문(聲紋)이 다르듯이 사람은 개개인이 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기가 어렵지만 바로 이 점이 정말 매혹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이웃들은 자연스러운 조화를 위하여 나 자신을 끊임없이 연단시켜주는 ‘또 하나의 나 자신’이기 때문에.
깨끗하게 정리된 테이블위에 놓인 활짝 핀 꽃송이를 바라보며 선량(選良)의 꽃이 화사하게 피어나 이 사회의 자연스러운 조화를 위하여 헌신하는 향기를 기대해본다.
“꽃”하고 발음하면 웬일인지 기분이 좋아지는 꽃향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