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17 17:08 (금)
[전민기고] 금도(襟度)의 정치
상태바
[전민기고] 금도(襟度)의 정치
  • 전민일보
  • 승인 2013.11.18 11: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친박연대’라는 말이 처음 등장했을 때 받은 느낌은 이랬다. ‘참으로 기발하다.’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야당으로부터 받는 푸대접이야 그렇다고 해도 여당에서조차 ‘친이계’의 수장으로 전락해버리는 상황을 보게 된 때문이다. 문제는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친박의 수장이 대통령이 된 순간 그것은 그대로 되돌아오는 부메랑이 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에 대한 호칭과 예의 문제도 다르지 않다. 문제제기를 하는 쪽에서 전직대통령에게 했던 호칭과 예의 문제가 그대로 자신들에게 돌아온 때문이다. 대의민주주의와 정당제는 본질적으로 여당과 야당의 존재를 상정한다. 그리고 여와 야는 선거에 의해 그 자리가 변하게 되는 유동적 존재이다.
금도(襟度)를 지켜야 하는 것도 근본적으로는 상대방이 아닌 자신을 위해서이다. 어느 순간 지켜지지 않는 기본은 결국 모두를 피폐하게 만든다. 언어는 물론 행동에서 까지. 이제 묻고 싶다. 과연 대한민국 정당은 조선의 붕당과 비교해 얼마나 발전적인지. 유감스럽게도 대한민국 대통령은 통일 대통령이 아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분단 대통령도 모자라 한 정파도 아닌 한 계파의 수장으로 만들어버린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나.
황현(黃玹)이 쓴 [매천야록(梅泉野錄)]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고종(高宗)은 노론(老論)으로 자처하면서 군신들을 삼색(三色)으로 구분하여 매우 박하게 대우하였다. 만일  참하관 동서반(東西班)의 7품관이 6품으로 승진하는 것은 극히 화려한 것이지만 노론일 경우는 대교(待敎)가 되고, 소론은 한림(翰林), 남인과 북인은 주서(注書)가 되었다. 이와 같이 높낮이가 심한 것이다. 다른 관직도 이와 마찬가지였다. 고종은 언제나 대과에 급제한 사람의 려창(?唱)(전시급제자가 전상(殿上)으로 올라가 왕을 알현하는 것을 말함)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사람이 노론이면 ‘친구’라고 부르고, 소론일때는 ‘저쪽’이라 하였다. 또 남인과 북인일 때는 ‘그놈’이라고 하였다.”
놀랍게도 고종 스스로 ‘조선의 국왕’이길 포기한 것이다. ‘노론의 임금’이 격동의 시대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는가. 조선의 망국은 그런 점에서도 필연이었다. 우리가 그것을 아쉬워하는 것은 단지 외세의 침략에 의한 것이어서 일 뿐 왕조의 멸망 그 자체가 슬플 이유는 없다. 이제 생각해보자.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이 ‘노론의 임금’을 자처한 고종과 비교해 무엇이 나아졌는지.

삼한(三韓)은 무통(無統)이요 일통삼한(一統三韓)을 성취한 문무왕(文武王)에 이르러 역사는 비로소 정통을 인정한다. 훗날 후손들은 현 시대를 남북국시대(南北國時代)로 부를 것이다. 장구한 우리민족의 역사에서 분단(分斷)은 영구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통일을 얘기하는 것은 단순히 감정적인 측면에서가 아니다. 통일비용이 아무리 막대한들 우리가 치르는 분단비용에 비할 수 있겠는가.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도 지금과 같은 분단모순 속에서는 불가능하다. 우리 사회내의 보수와 진보 논쟁이 궤도를 이탈해 본질을 벗어난 것에 대한 해결책도 마찬가지다. 아쉽게도 우리에게 조지 와싱턴(George Washington)과 같은 국부(國父)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통일한국을 실현할 한국의 에이브래햄 링컨 (Abraham Lincoln)은 여전히 기대할 수 있다. 그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과 문제의 해결에 대한 방법론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그것을 전제로 우리가 받아들인 체제이다. 현안에 대해 통일된 시각과 일원화된 방법론을 원한다면 그 자체가 민주주의의 적이다. ‘열린사회와 그 적들’은 우리 가까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노론의 임금’을 자처한 고종의 비극은 한 번으로 족하다.

농촌지도사 장상록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춘향제 12년째 전두지휘...한복의 美, 세계에 알릴것
  • 서울공항 봉인 해제에 일대 부동산 들썩… 최대 수혜단지 ‘판교밸리 제일풍경채’ 눈길
  • 화려한 축제의 이면... 실종된 시민의식
  • 군산 나포중 총동창회 화합 한마당 체육대회 성황
  • 대한행정사회, 유사직역 통폐합주장에 반박 성명 발표
  • 삼대가 함께 떠나고 싶다면, 푸꾸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