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이래 충청권 인구가 호남권 인구를 추월했다. 예견된 일이었다. 영호남의 격차는 날로 심화되고 있으며, 이젠 충청권에도 밀리는 것이 호남권의 현 주소이다. 이 때문인지 전남과 광주는 영남권과 연대를 강화하면서 탈 호남권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권역별로 정치적 성향이 판이하게 달랐던 과거와 달리 이젠 지역의 이해관계에 따라 관계가 재정립되고 있다. 신권역화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지역행복생활권 정책도 이 같은 기조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호남의 정서·정치·문화적 동질성 측면에서 호남권의 붕괴는 전북과 전남, 광주 등 호남권 3개 시도의 정치적 위상과 입지를 더욱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 그 동안 충청권이 선거 때 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내며, 지역의 이익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표심의 다양성이다.
반면, 호남권은 민주당의 정치적 텃밭이며, 각종 선거에서 몰표를 몰아줬다. 오죽하면 새누리당에게 호남은 정치적 불모지라는 말도 나온다. 최근 들어 민주당 몰표현상이 다소 희석됐지만 여전히 특정정당 몰표현상은 유지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영남권의 몰표현상도 뚜렷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치지정학적으로 충청권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 충청권 25석의 국회의원 의석 중 11석이 민주당이고 14석이 새누리당이다.
충남?북도지사는 민주당 소속이다. 따로 룰이 있는 것도 아닌데 정치적으로 균형이 맞춰졌다. 여야에 있어 충청권의 균형을 무너뜨리느냐에 따라 선거결과의 희비를 좌우할 정도이다. 이런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충청권이 이젠 영호남의 구도에서 3각 구도로 변화를 모색중이다.
호남권은 어떠한가. 3개 시도의 관계는 예전과 달리 불필요한 경쟁과 마찰을 빚고 있다. 민주당은 노골적인 광주전남 위주의 정치적 지원사격으로 전북의 민심 나름대로 불만이 크다.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다.
호남권의 위기는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상호 공존과 경쟁력 극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