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누전 추정 불..강한 바람타고 2시간반 만에 전소
31일 오전 2시께 국내 대표적인 단풍명소인 정읍 내장사에서 전기누전으로 추정되는 불이나 대웅전이 잿더미로 변했다.
이로 인해 대웅전 안에 있던 불화 3점과 불상 1점, 동종 1점이 모두 소실됐다.
이 불로 다친 사람은 없지만 대웅전 바로 뒷편 내장산과 이어지는 야산 165㎡ 정도가 탔다. 불이 나자 소방차 14대와 소방관 90여 명이 출동해 진화 작업을 벌였지만 강한바람을 타고 화재발생 2시간반 만에 전소됐다.
이날 불은 사설 보안업체가 오전 2시께 먼저 발견해 사찰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사찰측은 소방서에 연락하면서 현장에서 초기진화를 시도했으나 불은 이미 대웅전 안을 삽시간에 태우고 있어 손쓸 겨를이 없었다.
내장사 종무국 관계자는 “도난 경보음이 울려 밖을 나와 보니 대웅전에 연기가 밖으로 새어나오는 것을 보고 신고했다”며 “전날 오후 8시께 신도들이 기도를 모두 마치고 오후 8시30분께 전등과 촛불을 끄고 일과를 마쳤으며, 오후 11시께 순찰을 돌았지만 이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주지 스님과 모든 대중이 소화전과 소화기를 사용해 불을 끄려고 노력했지만 급속도로 번지는 불길에는 속수무책이었다”면서 “다급한 대로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주변의 삼성각, 명부전, 관음전, 극락전과 인근 산으로 더 이상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다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내소사 주지 지선스님은 “부처님을 여법하게 모시지 못한 죄업을 불보살님 전에 엎드려 참회하고 또 참회한다”며 대중들과 함께 참회기도에 들어갔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내장사 대웅전 내부의 CC(폐쇄회로)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대웅전에 설치된 전기난로 주변에서 불꽃이 시작된 것으로 확인했다.
이와관련 경찰 감식반 관계자는 “불이 전기난로 쪽에서 시작된 것은 맞지만, 발화지점이 전기난로인지, 난로와 연결된 전기 배선 부분인지는 CCTV를 통해 확인이 불가능했다”며 “전기난로가 과열돼 불이 났는지 누전으로 인한 화재인지 여부에 대해선 조사를 더 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내장사는 백제 무왕 37년(636) 창건됐다. 6·25전쟁 때 소실된 것을 1958년 복원했다. 이번 화재로 피해 입은 지정 문화재는 없다.
대웅전은 일제 강점기 당시 독립자금을 댔던 민족종교 ‘보천교’의 정문에 속하는 보화문을 해체 복원한 것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또 못을 단 한 개도 사용하지 않고 지어진 목조건물로도 유명하다.
김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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