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 행정심판위원회가 롯데마트의 이의제기를 기각함에 따라 전주시는 전국 최초로 대형마트 입점을 일단 막아낸 첫 번째 지자체로 기록됐다. 그러나 강한 출점의지를 보이고 있는 롯데마트측이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물론 행정소송을 제기할 공산이 커 롯데마트 입점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롯데마트측은 도 행정심판의 결정과 관련해 정식으로 심의 결과가 통보 된 이후 내부적인 논의를 거쳐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행정소송 결과까지는 최대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어서 전주시는 재래시장 활성화라는 소기의 목적을 일단 달성한 셈으로 도의 결정을 적극 환영하고 있다.
◆ 배경과 의미 = 전북도는 그 동안 롯데마트가 제기한 이의신청 건을 놓고 심각한 고민을 해왔다. ‘인용’이나 ‘기각’ 모두 전북도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김완주 지사가 지방선거를 통해 재래시장 활성화와 대형유통업체 입점 제한을 강조한 상황에서 롯데마트의 손을 들어줄 경우 모든 비난을 도가 감수해야 할 처지였다. 결과적으로 고사위기에 놓인 지역 상인과 재래시장 상인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민선4기 도정이 최우선 과제로 내건 기업유치와 일자리 창출 취지에 이미지 손상이 우려된다. 그러나 도와 전주시는 실리는 놓쳤지만 지역 영세상인 보호를 위해 자치단체가 대형마트 입점을 일단 막아냈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두 기관의 결정에 상인들은 물론 도민들도 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롯데마트 송천점 사태는 앞으로 타 지자체의 선례로 활용될 가능성 커 대형유통 마트 입점 저지를 위한 각 지자체의 대응방향에 일종의 방향타로 제시될 전망이다.
◆ 전주시 ‘적극 환영’ = 전주시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전국 최초로 전주시가 거대공룡 대형마트(롯데마트) 입점을 막아냈다”고 도의 행정심판 결과에 고무됐다. 송하진 전주시장은 “거대공룡과 같은 대형마트 입점 저지는 우리 재래시장을 살리고 영세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일”이라며 “도 행정심판위원회의 합리적인 결정을 환영한다”고 적극 환영했다. 한발 더 나아가 전주시는 앞으로 신규 대형마트 입점은 물론 기존 대형마트의 지역상품 구매 확대 등 대형마트에 대한 지역사회 역할 분담을 강조해나갈 방침이다.
◆ 롯데마트 ‘향후 결정’ = 롯데마트는 도 행정심판위원의 결정과 관련해 회사차원의 공식 입장을 피력하지 않고 있다. 전북도로부터 정식 통보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본사 관계자는 “일단 롯데마트 송천점이 도의 행심위 결정으로 유보된 상태”라며 “공문서 재결서 등 정식 통보를 받은 이후 임원회를 거처 대응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현재로서 대응방향은 2가지 일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롯데마트 송천점 출점 쪽으로 회사의 대응방침이 귀결되지 않겠냐”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제기와 행정소송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 앞으로 전망 = 롯데마트는 도 행정심판 결과에 처음부터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않았다. 행정심판이 법리적인 해석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기관장의 의중과 지역민의 여론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롯데마트측이 임원회를 통해 송천점 출점을 위해 내릴 수 있는 결단은 크게 2가지다. 첫째는 행정심판결과를 수용해 출점을 포기하는 것이지만 롯데마트 본사 관계자의 말대로 매우 희박하다. 이에 롯데마트는 일단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한 뒤 판결결과에 따라 행정소송도 불사할 것으로 보인다. 송천동 출점을 포기할 경우 서부신시가지 롯데마트 출점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행법상 대형유통 매장의 입점을 제한할 근거가 미약한 상황에서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패소확률이 높아 행정의 공신력이 떨어질 우려가 높다는 게 법조계의 의견이다. 그러나 도와 전주시는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에 2년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어서 앞으로 2년간 입점을 유보시킬 수 있는 상황이다.
윤동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