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엔 1111년에 만들어진 금산사의 혜덕왕사 진응탑비(보물 제24호)와 1391년에 만들어진 순창 옥천부원군 조원길의 묘비 등 금석문 가운데 20여 점이 문화재로 지정 관리되고 있지만 문화관광 자원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도내에서 발견된 고려시대의 비는 금산사의 혜덕왕사비가 유일해 조원길의 묘비의 경우, 판독 작업을 마친 후 문장 구성과 서체 등 서예사 연구에 있어 중요한 사료로 평가받아 전라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됐었다.
조선조의 추사 김정희(1786-1856)와 전북이 낳은 조선시대 3대 서예가의 한 사람인 창암 이삼만(1770-1847)선생 등 유명 서예가들이 남긴 금석문과 편액들을 문화관광자원화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학계에 보고된 김정희와 이삼만선생의 편액과 주련, 금석문은 귀로재(전주), 남고진사적비(전주, 전주시 향토문화유산), 동지중추부사김공양성지묘 정부인수원백씨부좌(완주 봉동), 정부인광산김씨지묘(완주 용진), 명필창암완산이공삼만지묘(완주 구이), 김기종의 배 영인전주유씨묘비(완주 구이), 김복규, 김기종 부자 정려비(임실 정월리, 도 유형문화재 제144호), 선운사 백파율사비(고창), 그리고 익산의 김안균가옥, 군산의 이돈희가옥, 고창 용오정사, 정읍 부무실 등 10여 점이 족히 넘는다.
때문에 전주, 완주, 임실, 익산, 군산, 고창을 연결하는 답사길을 개발해 묵향이 진동하는 스토리 코스, 즉 묵향의 길 개발이 필요해보인다. 일례로 전주시의 경우, 지난해 남고진사적비, 경기전의 하마비, 전주향교 앞 박진효자비, 회안대군 신도비 등을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이 가운데 경기전의 하마비와 회안대군 신도비는 지방문화재로 지정받기 위해 전라북도문화재위원회에 신청하기로 결정한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다.
더 나아가 전북역사학회가 추진하고 있는 전라북도금석문대계사업을 단순한 책자 발간에 그쳐서는 안된다. 금석문 전시회를 통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고 인터넷 상에 자료를 올려 놓아 활용이 가능토록 해야 함이 마땅하며, 석질이 마모된 비석은 비각을 설치해서 잘 보존해야 한다. 따라서 역사학, 문자학, 서에학, 조각사 연구 등에 가치를 더하는 금석문의 지표조사 등을 통해 후속 작업으로 이뤄져 문화관광 상품으로 개발하는 등 애향 전북의 이미지를 한층 더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