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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사냥’이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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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사냥’이 성공하려면
  • 전민일보
  • 승인 2009.05.21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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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의 다원화와 민의의 존중은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핵심적인 공약이다. 시민은 누구나 자신의 정당한 이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수 있으며, 그것이 불법적으로 침해될 때 투쟁 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를 가진다. 또한, 민의가 정당한 절차적 결과물로 나타날 때, 그것은 가치의 권위적 배분을 실현하는 정치가 된다.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과연, 민의는 절대적이며 완전무결한 명제가 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갈릴레이(Galileo Galilei)를 미쳤다고 생각하는 중세인의 만장일치를 일반의지라 칭할 수 있을까?
 만장일치가 기계적 총합일 뿐이라면, 일반의지는 사회계약의 당사자가 되는 공적 주체로서의 의지가  완전하고 이성적인 하나의 모델로서 구현된 것을 말한다.
 일반의지로 인식 가능한 그 사회의 역사적, 철학적인 배경과 인류보편의 가치관이 결여된 그 어떤 만장일치도 민주주의를 빙자한 오만과 폭력이 될 뿐이다.
 장애인 시설이 들어오는 것에 반대하는 지역주민의 만장일치가 일반의지가 될 수 없는 이유이다.
 만장일치가 위험한 것은, 그것이 가지고 있는 절대성과 무오류에 대한 환상에 있다.
 거기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나, 시민이 수인해야 될 의무에 대한 망각은 물론, 공적 주체로서 갖춰야 될 정체성이 존재하고 있지 않다.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또 하나의 고민은, 위와는 정반대로 소수의 이익에 공공의 이익이 배신당하는 상황에 있다.
 자연상태에서 우연히 만난 다섯 사람이 모두의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는 사슴사냥에 나선다. 사냥이 거의 성공할 시점에 자신의 옆을 지나는 토끼를 잡기위해 포위망을 풀어버리는 한 사람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자신의 배고픔을 해결하기에는 충분한 토끼를 잡기위해, 나머지 네 사람의 배고픔을 불러올 선택을 한 그에게 할 수 있는 이성적 대응방안은 과연 무엇인가?
 변화와 개혁이 시대정신이고 거기에서 뒤처지면 낙오자가 되는 현실 속에서, 사회구성원 각 개인이 사슴사냥에 충실 할 수 있는 유인책은 과연 무엇일까?
 개혁에 관한 총론에는 이의가 없지만, 각자의 이해와 연관된 각론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하기 어려운 현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다수의 횡포와 소수의 발목잡기를 해결하지 못하는 민주주의는 중우정치나 파쇼화로 흐르게 될 것이다.
 혁명적 상황의 도래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파쇼화로 흐르는 이탈리아에 대한 ‘그람시’의 고민은, 현재 한국사회의 비마르크스주의자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명제이다.
 우리 각자가 숫자에 경도된 다수도, 이익에 매몰된 소수도 아닌, 영광스러운 왕따(Glorious Isolation)를 택하는 용기를 내어보면 어떨까?
 그런 왕따가 존재하지 않고서 사슴사냥이 성공하긴 어렵다.
 영광스러운 왕따(Glorious Isolation)가 많은 사회를 위해

장상록 / 완주농기센타 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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