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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바람]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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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바람] 자리
  • 전민일보
  • 승인 2016.11.1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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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어떤 직위에 오르면 그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변한다는 뜻으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요즘 우리나라는 국정을 농단한 최 모 여인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끝이 날 정도로 시끌벅적하다. 온 국민이 무능한 대통령에 대해 분노하여 하야까지 요구하는 지경이 이르렀다.

최 모 여인을 구속하면서 이른바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이라고 일컬었던 비서관도 구속되었다. 게다가 야당이 끈질기게 사퇴할 것을 요구한 우 모 수석도 검찰에 소환되었다.

여기에다 여당 대표는 이번 일과 관련하여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요구를 동료의원들에게 받고 있다.

그러나 요지부동이다. 대통령 역시 이번 일로 인해 지지율이 5%대로 급락했다. 전통적 지지층인 경북, 대구와 60대 이상 연령대도 등을 돌렸다.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이 무너진 셈이다.

지금 다수 국민은 대통령이 국정수행 능력을 잃었기 때문에 하야하거니 2선으로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이 자리를 떠나지 않으리라.”하면서 역시 요지부동이다.

대부분 사람은 권좌에 오르기를 희망한다. 권력을 손에 쥐면 상대적으로 부를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다수 기업이 VIP(대통령) 뜻이라는 말에 사족을 쓰지 못하고 벌벌 떨며 돈을 냈다. 최 모 여인은 대통령 백을 믿고 대통령 이상으로 권력의 횡포를 부렸다.

경영이 어려워 법인세를 내지 못한 기업까지 손을 내밀었다. 기업인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금했다는 대통령 해명은 점점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돈 가운데 일부를 최 모 여인이 개인적으로 빼돌린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온 나라가 그야말로 최 모 여인과 박 모 여인 때문에 나라꼴이 아니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보통 자리와 달리 공과 사를 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

사사로운 감정을 끊지 못하고 국정 깊숙이 사람을 불러들여 국정을 농단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방조하고 묵인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 일개 아녀자가 대통령처럼 행세하며 국정 전반에 걸쳐 개입했을 리 없다.

지금 나타난 몇 가지 사건을 보면 진짜 대통령은 최 모 여인이고 대통령은 얼굴 마담 정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자리는 그 자리에 앉을 만한 사람이 앉아야 어울린다. 부족한 것이 있으면 그 자리에 앉을만함 능력을 갖추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본인뿐만 아니라 그가 속한 구성원이 불행해진다. 조선시대 많은 선비가 벼슬을 마다하고 초야에 묻혀 살았다.

또 임금에게 직언을 한 죄로 귀양살이를 하거나 목숨을 잃기도 했다. 구차하게 벼슬자리를 구걸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소신을 굽히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

어떤 공동체든 각자 자리가 있다. 구성원을 리더하는 장(長) 자리가 있는가 하면 장(長)을 보좌하는 자리도 있다. 대부분 사람은 장(長) 자리에 오르기를 원한다.

문제는 장(長) 자리이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은 우선 인격적인 존재가 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 인(仁)해야 한다. 그래야 구성원과 제대로 소통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저 장(長)이 가진 권한을 내세워 구성원을 일방적으로 윽박지르면 공동체는 비인간적이고 비민주적인 조직이 되고 만다.

그리고 장(長)은 자리에 오를 때와 내려올 때를 잘 알아야 한다. 법이 정한 임기일지라도 공동체에 해를 끼치거나 구성원에게 신뢰를 잃으면 미리 내려와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자리에 연연하면 공동체가 발전할 수 없고 사회적 갈등과 분쟁만 격화시킨다.

최근 최 모 여인 사건으로 인해 온 나라가 어수선하다.

이 사건 중심에 대통령이 자리하고 있다. ‘이형기’시인이 쓴 「낙화」라는 시가 떠오른다.

“가야 할 때가 언제 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제법 높은 자리에 있다가 문제가 생겨도 내려올 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 무책임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핑계를 만드는 데 분주하다. 높은 자리에 오르기까지 고생과 노력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려올 때가 언제인가 잘 알고 내려오는 결단과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야 공동체가 평화스럽고 구성원이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최재선 한일장신대 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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